손잡고 한 계단 씩 오르는 부부의 파트너십
"어디까지가 너네 거야? 우리는 채리방까진데"
집으로 놀러 온 지인이 우스갯소리로 건넨 말,
"음... 우리는 현관타일... 한 칸 정도??"
나는 한 술 더 떠 개구진 표정으로 답한다.
우리 부부는 영끌해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흔히 하는 말처럼 '은행이 사 준 집'.
'현관타일까지만 우리 거다.'하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현관을 밟고 들어서는 순간
묘한 안도감과 아늑함이 묵직하게 밀려온다.
그 배경에는 우리 부부의 지난 10년이 있다.
김해에서 월 35만 원짜리 투룸 월세방을 얻어
신혼생활을 시작했던 우리.
(실제로는 방 1개, 거실 겸 주방 1개였다.)
함께 직장을 다니며 힘을 모아
2,000만 원을 열심히 갚아나가며 1년을 버텼고,
부산으로 이사를 왔다.
조금 더 넓은 방 3개의
다세대주택 월 30만 원짜리 월세.
1년을 지내면서 아이가 태어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 곳곳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
추진력 좋은 남편은 바로 근처에 집을 알아봤고,
우리는 한 달 만에 24년 된 구축 아파트로 이사했다.
1억 6천만 원짜리 전세.
8년을 살았던 그곳에서 아이는 초등학생이 되었고,
우리 부부는 불혹이 되었다.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경제상황이 변화되었고,
가족이 타는 차는 경차에서 중형차로 바뀌었으며,
벽지에는 아이가 자라난 흔적들이 켜켜이 쌓였다.
그리고 2025년 4월 어느 날,
'은행이 사 준 집'으로 들어왔다.
그날 저녁,
"우리의 새 출발을 축하하며!!"
짠!! 하고 유리잔 세 개가 부딪힌다.
"우리 진짜 기특하다. 원룸 월세부터 여기까지
딱 10년 걸렸네. 부침도 있고 고비도 있었지만
한 계단 한 계단 천천히 미끄러지지 않고 잘 올라온
것 같다. 대출이 80%긴 하지만. 잘 버텨줘서
고마워."
"당신이 고생했지, 내가 뭘. 그동안 돈 버느라
고생 많았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
"하하하. 더 고생하라는 소리지?"
아무것도 없이 결혼해서 여기까지 온 데에는
서로의 공이 크다며 한참을 실랑이했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남편은 일터에서, 나는 우리 삶의 현장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성실하고 치열하게 달려온
결과이자,
'적당히 현실에 안주하면서 살자.'라는 마음이
들 때마다 "조금만 더 올라가 보자!"하고
서로 으쌰으쌰 해 온 결과라는 것이다.
한 가지 일화가 생각난다.
외벌이로 전환한 지 2년이 되던 어느 날,
퇴근한 남편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무슨 일이냐 묻는 내게 남편이 말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기분이야. 너무 힘들어.
이래서는 발전이 없어. 계속 제자리걸음일 거야."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나.
이내 발전이 없다는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더불어 앞으로 더 나아갈 생각이나 고민 없이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내 모습이 보였다.
며칠 밤을 고민했다. 그리고 남편을 불러앉혔다.
고정지출 비용을 공유하고, 불필요한 지출은
최대한 도려내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 뒤, 각자의
청약통장을 발급받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부자가 아니다.
아니, 부자는커녕 빚만 잔뜩이다.
미안하지만 모아둔 돈도 없다. 그래도...
비록 아직은 타일 한 칸만큼의 지분일지라도,
그 타일을 밟고 들어와 서로를 감싸안는 온기는
확실한 우리의 자산이다.
우리는 안다. 17년 내공 어디 안 간다는 것을.
우리만의 티키타카로 집의 지분율쯤
100% 가져오는 건 문제도 아니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덤.
2,000만 원 대출에서 시작해 현관 타일 한 칸을
얻기까지. 우리는 꽤 근사한 모양으로
나이 들어가고 있다.
거창하고 화려한 성공은 아닐지라도
우리만의 속도로 쌓아 올린 이 안정감이
나는 무엇보다 자랑스럽다.
남편이 올 겨울 가장 많이 한 말이 있다.
"우리 집이라서 그런가? 참 따뜻하고 온기가 넘쳐."
그럼 내가 대답한다.
"신축이라 그래. 여보가 그동안 외풍 드는 집에만
살아봐서, 신축 처음 살아봐서 그래."
별 것 아닌 말에도 한 바탕 웃어젖히는 요즘이다.
집에 온기가 넘치는 것은 성능 좋은 단열재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업그레이드될 내일을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는 남편의 열정의 열기 덕분이며,
각자의 역할을 묵묵히 지켜내며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신뢰의 온도 덕분라는 것을 나는 안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화장실까지는
우리 소유되려나? 열심히 글 쓰며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