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자나무 Jun 26. 2023

꼬리에 꼬리를 무는 '꼬꼬무 이야기'

[2화. 세대 차이]

사실 나에게 <꼬꼬무>는 참으로 어려웠다.  왜냐? 역사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어서. 나의 무식함은 매주 회의 시간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번 아이템으로 1.21 사태는 어때?”


1.21 사태..? 들어본 거 같긴 한데... 그게 뭐였지? 갑자기 머리가 하얘진다. 뭐가 떠오르기라도 해야 이렇다 저렇다 한 마디라도 할 게 아닌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선배는 눈치 100단이다.      


“설마 몰라?”


창피하지만 아주 솔직히 자백했다. 


“들어본 거 같긴 한데 잘.. 모르겠는데요..”


순간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몰려온다.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어? 혹시 너는 아냐?”


“엇 저도 잘 모르는데요..”

옆에 있던 조연출이 대답한다. 휴.. 천만다행이다.


“맙소사 너도 몰라?”


대학교 때 공부 안 하고 뭘 했냐며 날 놀리던 선배는 그야말로 문.화.충.격을 받았다. (참고로 선배는 50대, 나는 30대 초반이다)


 나의 학창 시절엔 역사 과목이 '선택'이었다. 특히 국사는 서울대 가려는 학생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근현대사는 사회탐구의 수많은 과목 중 하나였을 뿐이다. 달달 외우는 것을 싫어했던 나에게 역사과목은 당연히 부담스러운 선택지였다. 그렇게 역사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인 채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고 그 뒤에는 남들처럼 열렬히 스펙을 쌓았다. 역사는 앞으로 내 인생에서 마주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만나게 되니 참 당황스러웠다. 

 한편으로는 신기했다. 동시대를 같이 살고 있고 심지어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선배와 내가 이렇게나 다르다니. (선배는 정말 근현대사를 안 배웠냐며 몇 번이고 되물었다) 그날부터 회의시간에 우리의 대화는 ‘선배가 아는 것’과 ‘내가 모르는 것’으로 점철되었다. 돌이켜보면 이 시간은 꽤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내가 모르는 것은 내 친구들도 잘 모를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하나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떤 부분이 재미있고 재미없는지 적나라한 의견을 제시했다. 

 <꼬꼬무>가 다양한 시청층에게 관심을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코멘트 중 하나가 바로 ‘가족끼리 함께 보면서 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엄마아빠 세대에겐 ‘한 번쯤 들어본, 나도 아는 이야기’로 친숙함을 주고, 요즘 젊은 세대에겐 ‘전혀 몰랐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로 쉽고 새롭게 다가가기 때문이 아닐까.



(다음 화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꼬꼬무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