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세대 차이]
사실 나에게 <꼬꼬무>는 참으로 어려웠다. 왜냐? 역사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어서. 나의 무식함은 매주 회의 시간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번 아이템으로 1.21 사태는 어때?”
1.21 사태..? 들어본 거 같긴 한데... 그게 뭐였지? 갑자기 머리가 하얘진다. 뭐가 떠오르기라도 해야 이렇다 저렇다 한 마디라도 할 게 아닌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선배는 눈치 100단이다.
“설마 몰라?”
창피하지만 아주 솔직히 자백했다.
“들어본 거 같긴 한데 잘.. 모르겠는데요..”
순간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몰려온다.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어? 혹시 너는 아냐?”
“엇 저도 잘 모르는데요..”
옆에 있던 조연출이 대답한다. 휴.. 천만다행이다.
“맙소사 너도 몰라?”
대학교 때 공부 안 하고 뭘 했냐며 날 놀리던 선배는 그야말로 문.화.충.격을 받았다. (참고로 선배는 50대, 나는 30대 초반이다)
나의 학창 시절엔 역사 과목이 '선택'이었다. 특히 국사는 서울대 가려는 학생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근현대사는 사회탐구의 수많은 과목 중 하나였을 뿐이다. 달달 외우는 것을 싫어했던 나에게 역사과목은 당연히 부담스러운 선택지였다. 그렇게 역사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인 채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고 그 뒤에는 남들처럼 열렬히 스펙을 쌓았다. 역사는 앞으로 내 인생에서 마주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만나게 되니 참 당황스러웠다.
한편으로는 신기했다. 동시대를 같이 살고 있고 심지어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선배와 내가 이렇게나 다르다니. (선배는 정말 근현대사를 안 배웠냐며 몇 번이고 되물었다) 그날부터 회의시간에 우리의 대화는 ‘선배가 아는 것’과 ‘내가 모르는 것’으로 점철되었다. 돌이켜보면 이 시간은 꽤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내가 모르는 것은 내 친구들도 잘 모를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하나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떤 부분이 재미있고 재미없는지 적나라한 의견을 제시했다.
<꼬꼬무>가 다양한 시청층에게 관심을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코멘트 중 하나가 바로 ‘가족끼리 함께 보면서 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엄마아빠 세대에겐 ‘한 번쯤 들어본, 나도 아는 이야기’로 친숙함을 주고, 요즘 젊은 세대에겐 ‘전혀 몰랐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로 쉽고 새롭게 다가가기 때문이 아닐까.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