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그럴 때면

by 이베뜨

어렸을 땐 그저

‘우리 엄마는 바다를 참 좋아해!’

라고만 생각했었다.


어느 날


"엄마는 겨울 바다가 참 좋더라."

“겨울 바다? 엄청 춥잖아?”

"겨울 바다만의 멋이 있어.
바라볼 때 마음이 얼마나 좋은데."


엄마는 미소 지으며 이야기했다.


그때는

“아 그래?

난 그래도 바다에서 노는 게 더 좋은데.”

라고 말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어른이 된 나는

바다,

그것도

겨울 바다의 어루만짐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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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휘몰아 칠 때도

지나치게 고요할 때도

무언가 감당하기 벅찰 때도

다 내려놓고 싶을 때도


그냥 이유 없이

열렁열렁하는 바다가 보고 싶다.


특히 바다가 너무너무 보고 싶을 땐,


위로해 달라고,

누군가에게 말하기도 지치는

그런 날이었다.


그냥 말없이,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며 앉아 있고 싶은 마음.


눈뜨자마자

간단한 채비만 하고

전철을 타고 떠났던

혼자만의 당일치기 바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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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귓가를 지나고

코끝이 시린 건지 내 마음이 시린 건지


에라 모르겠다.


그냥 멍하니 앉아서

부서지는 파도만 바라보고 있자니

어느 순간

꽁꽁 얼었던 내 마음이

역설적이게도

그 추위에 따뜻하게 풀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엄마도 이런 기분이 들 때가 있었을까,

엄마도 이렇게 앉아 있었을 때가 있었겠지.’

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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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이베뜨

일러스트ㅣ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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