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봤자 소용 없다더니

by 이베뜨

나는 가끔

“아~ 맞아! 베뜨야, 기억나?

너 예전에 거기 가서 신나게 놀았잖아~”

라며 해맑게 물어보는 엄마에게

아무 말도 못할 때가 있다.

정말 기억이 안 나기 때문이다.


멀뚱멀뚱

“음~”

하는 나를 바라보며 엄마는

"에구, 키워봤자 소용 없다더니!"

라고 말한다.

아니라고 대꾸하고 싶지만

다시 생각해 봐도 생각이 안 난다.


그래서 난 늘

"키워봤자 소용 없다더니!"

라고 말하는 엄마의 공격에

머쓱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아무런 방어도, 변명도 하지 못한다.


심지어 가끔씩은

‘저 말은 어떤 느낌일까?’

하며 궁금해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그 말을 하면서 살고 있다.


늘 따개비처럼

나와 함께 다니는 우리 똥개는

작업실이든, 병원이든 어디든 갈 때마다

어쩜 이렇게 착하냐는 말을 듣는

초특급 순둥이다.

우리 순둥이는 신나게 산책을 다녀와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와중에도

내가 집 안 어딘가를 돌아다닐 때면

늘 고개를 돌려 걸어 다니는 나를 바라본다.


“오구오구, 우리 미뇽이는

엄마가 그렇게 좋아?

엄마도 미뇽이가 너무너무 좋아~”

하면서 똥개를 어루만질 때의 행복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 크다.


그러나 엄마의 등장은

그 모든 것을 멈추게 한다.


엄마가 우리 집에 올 때면

나는 늘 미뇽이를 안고 있다가

마중을 나간다.


그러면 미뇽이는

나를 등지고 엄마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고개와 두 앞발을 엄마 쪽으로 쭉 뻗은 채

뒷발로 내 배를 차면서

엄마에게 가겠다고 버둥거린다.


소파에 앉아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 똥개는

평소에 내가 핸드폰을 소파 위에 두어도

밟지 않고 알아서 조심조심 잘 피해 다닌다.

그러나 엄마가 내 옆에 앉을 때면,

내 무릎에 앉아 있다가도

단숨에 엄마 곁으로 점프를 하거나

내 옆에 딱 붙어 있다가도

비스듬히 앉아 있는

내 배를 밟고 엄마에게로 달려간다.


“키워봤자 소용 없다더니!”

라고 이야기하는 나.

그저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는

미뇽이를 안고 웃는 엄마.


이제는

“키워봤자 소용 없다더니!”

라는 말의 느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얼마나 내가 너를! 큰 사랑으로 키웠는데!

조금 서운하다?!

그래도 여전히 너는 사랑스러워!

쳇’


뭐 대충 이런 느낌인 것 같다.


이처럼 늘 엄마가 오면

나는 구석으로 밀려나지만,

그래도 이 둘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늘 마음이 따뜻하고 간질간질하다.


이렇게 오늘도 피식피식 웃으며

눈을 흘기면서 하는 말,


“키워봤자 소용 없다더니!”

#28. 키워봤자 소용없다더니.jpg




ㅣ이베뜨

일러스트ㅣ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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