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빠, 엄마와 함께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다.
커튼 사이로 살며시 햇빛이 들어오고
이웃집의 이른 저녁밥 냄새가 풍기던 나른한 오후,
작은 책상에 나란히 앉아
공부를 하는 그 시간이 참 좋았다.
그런데 아빠께서 내게 공부를 가르쳐 주시고 나면
나는 종종 그 내용에 관하여
아빠께 시험 문제를 내 드렸다.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름: 아빠’라고 쓰면서까지
열심히 시험지를 만들었다.
무슨 문제들을 냈었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는 것은
그 문제를 정말 열심히 풀어 주시던
아빠의 모습이다.
그 당시에 나는 마치 내가 선생님인 것처럼
정답을 쓰시는 아빠를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빠께서 모든 문제에 정답을 쓰시고 나면
"오! 아빠 100점!"
하며 아빠와 함께 신나게 웃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미소가 나오는 장면
돌이켜 보면
공부든, 운동이든, 놀이든
그 무엇이 되었든
나는 언제나 아빠와 많은 것을 함께 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아빠께서 내게
늘 행복한 웃음을 보여 주셨다는 것이다.
어느덧 나는 그 시절의 아빠의 나이에 가까워졌다.
어느 순간
“안녕? 반가워!”
하고 어깨에 폴짝 올라앉은,
꽤 무거운 삶이란 아이.
생각해 본다.
분명히 그 시절 아빠께서도
세월과 삶의 무게를 느끼셨을 텐데,
어떻게 항상 나와 눈높이를 맞춰 주시고
늘 행복한 웃음을 보여 주실 수 있었을까.
지금도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다 아빠를 바라보면,
아빠는 여전히 행복한 미소를 지으시며
나를 바라봐 주신다.
바로 그 순간,
순식간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따뜻함이 올라온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아빠는 100점이다.
글ㅣ이베뜨
일러스트ㅣ이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