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반찬통

by 이베뜨

달그락달그락

우리집에 온 엄마의 장바구니가 무겁다.


반가움에 어쩔 줄 모르는 미뇽이를 안아 올린

엄마는 나에게 랩을 하듯 이야기한다.


"안에 보면~ 제육볶음이랑 갈치구이 있을 거야.
그리고 잡채랑 멸치볶음 들어 있고~
김치도 다 먹어 가지?
열무김치랑 파김치 챙겨 왔고~
아, 맞다! 너 좋아하는 콩나물 무침도
잔뜩 해 왔으니까 이따 먹어!"


내가 열어서 확인하면 될 것을,

엄마는 늘 일일이 반찬통마다 견출지를 붙여서

반찬 이름들을 적어 둔다.


반찬통을 꺼내어 분류해서

한 팀은 냉장고로, 한 팀은 냉동고로 넣어 두는

나를 보면서 엄마는


"으이구, 빨리 먹어야 맛있지! 그렇지 미뇽아~
오구오구, 우리 미뇽이 밥은 잘 먹었어?
뭐하고 놀고 있었어?"

하면서 정신없이 우리 똥개와 사랑의 눈빛을 나눈다.

그 따뜻한 모습을 뒤로 한 채 나는


"이걸 어떻게 한 번에 다 먹어~"

하며 엄마의 핀잔에도 아랑곳 않고 반찬들을 정리한다.


나는 늘 엄마의 반찬들을 한 번에 다 먹지 않고

꼭 몇 개는 냉동고에 넣어 둔다.


숨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새벽까지 끝나지 않은 일,

나만 어두운 활기찬 아침까지 풀리지 않는 고민들.

오늘도 잠은 포기했구나 싶은 날,

몸과 마음이 정신없이 흐물거리는 그런 날.


그때가 바로 냉동고에 비장해 두었던

엄마의 반찬들을 꺼내는 날이기 때문이다.


내 머릿속처럼 꽁꽁 얼어붙은

반찬통의 이름표 위에 적힌

정갈하고 따뜻한 엄마의 글씨를 볼 때

내 마음이 얼마나 크나큰 위로와 힘을 받는지

엄마는 아마 모를 거다.

#22. 엄마의 반찬통.jpg


ㅣ이베뜨

일러스트ㅣ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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