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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인미장원 Jul 02. 2023

퇴근하고 뭐 하세요?

80년대생 어른이 100시간 소풍 기록, 너의 일상

소풍은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또래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퇴근하고 뭐 하세요?


넷플릭스?

유튜브

운동해요.

자전거

라테스

골프

요새 테니스 시작했어요.

넷플릭스 재밌는 거 뭐 나왔나요?

이젠 볼 게 없어요.

왓차나 쿠팡도 괜찮은 거 좀 있어요.

술 마셔요.

요샌 만날 친구도 점점 줄어요.

저는.. 거의 아무것도 안 하는 거 같아요.


어느새 어떤 모임을 가도 연장자. 동생 사이에서 나 혼자 섬에 둥둥 떠 있는 느낌이다. 아직 스스로를 어른으로 정의한 적은 없는데, 사회는 우릴 어른으로 정의했다. 언제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내 나이.


누구보다 열심히 지만, 보상은 잠시 미룬 80년대생. 집도 결혼도 연애도 잠시 쉼표인 상태에서 현재를 돌아본다. 난..  살고 있는 걸까?


요즘 꽂힌 게 뭐에요?


묵묵히 일만 열심히 해도 집도 사고 직장에서도 꽤나 높이 올라갈 수 있었던 70년대생. 돈 버는 산업이 모두 주목하는 세상 힙한 90년대생. 그들은 올 수 없는 80년대생만의 모임을 만든 건, 한 것들은 많은데 이룬 건 적은 낀 세대로서의 작은 억울함에서였다.


모임은 또래에게 궁금했던 한 두 가지 질문을 받고,  서로 묻고 대화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게스트 모두가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평균 7~8명, 다양한 직업과 경험을 가진 또래들로 구성했다.


직업은 말하지만 나이와 이름은 공개. 어느 순간부터 나이를 말하지 않는 것이  편해졌다.여기선 닉네임으로 소통한다.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어색하지 않을까? 어른이 소풍 필수품인 술이 작은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 MBTI, I이신 분들에겐 주인장이 사회자가 되어 질문을 건넸다.


우린 서로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사뭇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또 많이 웃었다. 감사하게도 1년 반 동안 모임을 하며, 배려심 많은 친구도 사귀었고 평생의 반려자도 만났다. 


그러던 올해 6월, 모임을  플랫폼이 야반도주하듯 공지사항만 남긴 채 보름 만에 사라졌다. 갑작스런 결정. 소풍의 대장정을 마무리할 때가 걸까. 글로나마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160여 개의 질문 상자를 다시 열며...



우리가 서로에게 가장 궁금했던 질문은 무엇일까?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작고 사소한 상대방의 퇴근 후 일상과 취미였다. 영화, 독서같은 쉬운 취미부터 난이도 상급인 복싱, 역도, 차차차까지. 퇴근 후 나에게 주는 작은 보상이다.


어쩌면 별 다를 게 없는 내 일상이 괜찮은 건지, 다른 이들에게 확인을 받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많은 질문 중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질문과 감상을 정리해보기로 다. 대한민국 80년대생 평민 실록. 지금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세대이지만, 언젠가 이 글이 조선왕조실록 옆에 나란히 자리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방구석 망상가는 작은 기대를 안고, 판도라의 질문상자를 열어본다.




요즘 삶의 낙은 무엇인가요?



* '80년대생 어른이 100시간의 소풍기록'은 2022.2 ~ 2023.6, 1년 반동안 160여 명의 80년대생 또래들과 약 100시간 동안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붉은색 문구는 모임에서 나눈 질문카드의 문장입니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건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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