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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우 Feb 19. 2018

롤모델 없이 사는 삶

'李鏞宇'로 25년, 그 철학

기억을 가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껏 인생을 살면서 주된 관심사와 고민은

'어떻게 하면 그들처럼(혹은 남들처럼) 잘 살 수 있을까'가 아닌,

'어떻게 하면 당당히, 나다운 내가 될 수 있을까' 였다.


극명히 '모범사례'가 존재하는 세상은 끊임없이 

학생으로서, 사회인('직장인')으로서, 국민으로서, 어떤 일원으로서 

여러가지 준수사항을 요구했다.

.

.

신기하게도 눈에 비친 그 준수사항은 제대로 된 게 없었다.


사회 속 학생의 본분은 

공부와 교양이 아닌, 진학 혹은 취업이나 돈 잘 버는 따분한 인생을 배우는 것이었다.


시회인('직장인')의 본분은 

개인의 배경을 바탕으로 세상에 기여와 실천을 하는 주체가 아닌

쓰는 방법도 모르는 돈을 위해서 내 이름을 회사이름으로 바꿔야 하는 '충실함'이었다.


국민의 본분은

앞서 말한 모든 허황된 본분을 '원래 이 나라 이 인생이 다 그런'거라며

'그냥 하라면 해야하는' 이유였다.

.

.

같은 사회 속 우리는 같기보다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는 나 만큼은, 모두에게 다른 사람임을 인정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가벼운 일이라도 '이렇게 살아온 내가 이런 상황에서 이런 생각과 이런 결정을 하는 이유'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주위의 응원보다는 웃음거리로 시작했음을 기억한다.

쓸데없이 진지하고, 애답지 않은 고민을 하는 이유를 매번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창피한 순간이 많았다.

'나도 그냥 잘먹고 잘사는 미래'를 꿈꾸고 싶은 충동이 생겼었다. 


허나 창피함에 대해 생각하기에는 너무 바빴다.

더 잘 설명하기 위해 언변을 길러야했고,

'쟤는 뭔가 다르구나'라는 인상을 더 빨리 주기위해

남이 가지지 못한 걸 갖춰야했다.

.

.

공부를 좋아하지만 학생이기 싫어하는 학생으로

학문을 좋아하지만 업과 사회생활을 더 즐기는 대학생으로

업무에 탁월하지만 회사와 어울리지 않는 사회인으로 

뿌리를 좋아하지만 한국인같지 않은 국민으로


그렇게 난 롤모델이 없이 평생을 살았다.

.

.

아직 갈길이 멀고 증명해야 할 것이 한참 남았다.

나한테 붙여진 직장인이나 학생 따위의 신분보다 

내 이름 그 자체가 더 많은 것을 말하게 하기 위해서 

매분 매초가 아까웠다.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았을때 

이 길은 탈선이 아닌 개성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응원을 하는 사람과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생겼다.

.

.

지금의 상태,

내 이름 외에 딱히 나를 설명할 수 없는 지금을 행복이라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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