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읽었다. 그런데 몸도 마음도 단단해져 간다
그렇다. 책은 그냥 읽으면 된다. 줄을 치건 모서리를 접건 사진을 찍든 아무것도 하지 않든 중요한 건 읽는다는 행위다. 책 한 권을 손에 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들어 본 사람만 알 수 있다. 처음 들었을 때 작은 무게는 곧 무게감을 느끼게 되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팔이 쳐지는 감을 느끼게 된다. 지식의 양인지 페이지 수의 양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든 점점 무거워진다. 간혹 한 참을 같은 자세로 책을 보다 접었을 때 팔뚝이 저리기도 한다. 그럴 땐 좀 가볍게 만들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해본다.
책을 읽기 시작한다는 것은 무언가가 필요에 의해서다. 아무 이유 없이 책을 들지는 않는다. 우리는 자신에게 득이 된다 생각해야 움직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에세이를 좋아한다. 그 사람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도 가끔씩 든다. 하지만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마음을 치유하기 위함이 더 크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치유받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그런가 보다.
에세이를 읽을 때는 마음이 허전하거나 아프거나 할 때라고 보면 된다. 난 그렇다. 그렇게 마음을 진정시키면 복수심이 불타오를 때가 있다. 그때는 과감하게 추리소설 코너로 이동한다. 여러 나라의 추리소설이 있지만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정서(?)가 맞아서 그럴까? 아니면 익숙해서 그럴까? 아마도 인물이 많이 나오지 않고 전개가 빨라서 그럴 것이다. 여기서도 나타나는 ‘빨리빨리 정신’ 뭐 어떻게 하냐. 그렇게 오래 살아왔는 걸.
그렇게 읽다 보면 복수한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 잠시 책을 덮고 읽지 않는다. 아마 이때가 책을 손에서 놓는 기간 중 가장 오랜 기간일 것이다. 재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느낌상 그렇다. 매일매일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정보가 과부하가 일어나면 반드시(?) 쉬어야 한다. 복잡한 일과 책 내용이 섞여 뭐가 뭔지 헷갈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현실로 복귀할 수 있도록 휴식기를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한 권 한 권 읽어가며 느낀 점들을 정리하고 간혹 좋은 글귀들은 사진을 찍거나 기록을 해둔다. ‘언젠간’이란 이유로 흔적을 남겨 놓지만 기억나느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아니요!”라고. 정말 모른다. 하지만 블로그에 기록된 글을 읽고 생각해보면 내용이 기억난다. 물론 100%는 아니다. 단편적으로 기억이 되살아 난다.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 생각한다.
책을 읽고 느끼고 흔적을 남기다 보면 지루하다. 내가 왜 이것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누구 좋으라고 하는 것인가?” 아니다. 그저 나 좋다고 하는 짓인데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면 그냥 포기할까 싶기도 하지만 다음날 일어나면 ‘새벽 글쓰기’를 하고 있고 SNS에 그날 읽으려고 하는 책을 올리고 있고 대중교통 안에서 책을 읽고 있다. 습관이 무섭다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고 있다. 어떤 습관이든 몸에 베이면 바꾸는 건 들이는 것보다 더 어렵다. 난 철저하게 느낀다. 그래서 아무리 졸려도 새벽 4시에 눈이 떠진다. 생리현상으로 화장실도 가야 한다. 철저한 습관적인 삶이다.
지금 이런 행위들은 모두 책을 통해 일어났다. 그전에(?) 그 전에는 망나니였다. 매일 지각을 일삼고 조금 힘들면 회사를 나가지 않았다. 딱히 노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냥 되는대로 살았었다. 당연히 돈에 쫓겨 매달 말 일이 되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곤 했었다. 뭐가 부족한가?라고 생각했지만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더더욱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책을 읽고 나서 변하기 시작했다. 한 번에 변했을 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내 시작은 2009년부터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다. 획기적인 변화보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느낌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게 되었다. 난 무모한 도전을 좋아했다. 누구는 그런 도전이 시간 낭비라 말하기도 한다. 뭐 어떠냐 결국은 해내었기에 옳고 그름은 자신의 선택과 바람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된다.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동시에 체력도 높여줬다. 매일 저녁 9시에 잠든다는 건 요즘 세상에 어려운 일이다. 일찍 자는 게 왜 어렵냐는 질문을 하겠지만 한 번 해보라. 그 시간에 과연 눈이 감길 것인지는 해보면 안다. 술과 담배도 끊었다. 함께했던 지인들도 끊어지는 아픔 사연이 일어났지만 어쩌면 잘 된 일이었다. 그게 아니면 만날 사이가 아니었으니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책이 내겐 참 잘 맞는 취미라 생각한다. 하지만 주말에는 철저하게(?) 읽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험을 보는 날에도 책을 읽고 있는 내 모습을 목격하고 나서부터다. 주말에는 그냥 쉰다. 머리고 식히고 하지 못했던 일도 처리하고 가족들과 함께 있으려고 한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지만. 그래도 좋다. 가족들과 함께 집에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겐 행복이고 기쁨이다. 책이 직접적으로 마음을 치유해 주지도 체력도 길러 주지도 돈도 벌어다 주지 않지만 그렇게 하기 위한 마음가짐과 실행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게 아닌가? 책을 써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다. 하지만 난 내 분수를 알기에 그저 읽고 쓰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 정도로 나를 바꿨는데 뭘 더 바라겠는가?
책을 찬양하지 않는다. 책은 그저 종이에 인쇄된 글자일 뿐이다. 하지만 그 글에서 얻는 힘은 지금까지 모르고 살아왔던 인생에서 빛줄기가 되어 준다. 꼭 겪어보지 않아도 되는 간접경험은 책에서만 유일하게 얻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우리에게 상상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인가? 단연코 없다. 상상력을 자극해주는 것 중에 책이 가장 좋다. 오디오 북은 시간 절약과 어디서든 들을 수 있어 좋지만 모든 책이 없다는 게 단점이다. 이를 서로 보완해서 책을 읽거나 듣는다면 누구나 다 달라질 수 있다. 마음도 단단해지고 몸도 좋아진다. 생각이 바뀌기 때문에 모든 게 가능하다. 아마 돈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보다 더 값진 것이 있을까? 난 그래서 오늘도 바보같이 책을 읽고 흔적을 남긴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