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을 들었다면 어떤 느낌일까?
이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들었다.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는 모른다. 추천해준 책도 있고 검색해서 본 책도 있지만 이왕이면 추천해준 책을 든다. 가방에 넣고 출근길에 오른다. 책 한 권을 넣었을 뿐인데 가방은 묵직하다. 이게 지식의 무게인가?
환승역에서 갈아타면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해보자고 했으니 환경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해본다. 자리에 앉고 가방에서 책을 꺼내 든다. 막상 책을 읽으려고 하니 어색하다. 무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느낌은 금세 책을 덮어 버린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눈치가 보일까?
지하철이 출발하면서 다시 책을 펼쳐본다. 눈치를 보면 책을 읽는 게 이상하지만 일단 해보는 거다. 작가가 누구인지 읽어보니 여러 권의 책을 썼던 사람이다. ‘그래. 이 정도면 내게 뭔가 가슴 울리는 말을 해주겠지!’ 생각하며, 목차를 본다. 목차가 꽤 길다. 그렇다면 단편적인 글이라는 의미니 읽기 편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읽어 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속이 울렁거린다. 눈에 초점은 흐려지고 급속도로 집중력이 떨어진다. ‘아니!! 이제 목차만 읽었을 뿐인데… 이렇게 책을 덮어버리면 얼마나 창피할까?’ 오만가지 생각으로 눈을 부릅뜨지만 오히려 속만 더 나빠진다.
간혹 아주 간혹 대중교통에서 책을 읽는 분들을 본다. 지금 생각해보니 대단하다. 어떻게 저렇게 집중하며 책을 볼 수 있을까? 반성하며 속이 진정되어 다시 책을 펼쳐본다. 한 줄 한 줄 읽어 보지만 의미는 모르겠다. 그래도 읽어 보지만 마찬가지다.
문뜩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옆 사람이 곁눈으로 책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이건 아닌데 싶어 자세를 고쳐본다. 눈치를 챘는지 옆 사람은 시선을 돌린다. 다시 집중해 보려고 책에 눈을 고정시켜 보지만 점점 졸음이 밀려온다. 책을 읽는 건지 수면제를 먹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태로 그대로 기절해 내릴 때까지 숙면을 취한다.
처음 책을 들고 있을 때 어떤 마음일까 생각했던 게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리라고는 몰랐었다. 그렇게 며칠을 자고 또 잤다. 겨우겨우 한 권을 다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기억에 남는 건 단 한 줄도 없었다. 책 제목도 가물가물 했으니까. 책만 든다고 뭔가 달라질 거란 기대는 그렇게 쉽게 끝나버렸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스스로 변화하기 위한 과정이다. 쓰지 않았던 뇌를 사용하려고 하니 과부하가 걸리고 이는 에너지 소모가 빨라 쉽게 지쳐버린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그렇다. 특별한 사람을 제외하면 말이다. 잠만 온다고 난 안돼라고 생각하지 말고 과정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읽어야 한다. 루테인인 영양제도 먹어야 한다. 글자는 눈을 쉽게 피로하게 만드니까.
읽고 또 읽고. 어떻게 읽느냐도 중요하지만 읽을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이를 ‘용기’라 말한다. 책을 읽는데 무슨 용기가 필요하냐고 생각하겠지만 책을 읽음으로 변화를 일으켜야 하기 때문에 잔다르크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럴 용기는 필요하다. 난 그것을 ‘감절함’이라 말하고 싶다. 자고 또 자도 다시 눈을 뜨고 바라본다면 문장들이 조금씩 눈앞에 서서 기다릴 것이다. 어서 읽으라고. 처음 책을 들었을 때 느낌은 ‘졸림’이다. 아직은 부족하니까. 처음이니까. 눈치 보지 말고 꾸준히 유지하자. 그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