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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랑 Aug 14. 2023

Sweat time!

아디다스 스위치포워드 대학크루 대항전

8월 11일 아디다스 러닝화 신제품 스위치 포워드 발매에 맞춰 다섯 대학의 러닝 크루와 활발히 활동 중인 00러너스까지 여섯 크루의 대항전이 펼쳐졌다. 코스는 아디다스 강남점부터 명동점까지 약 10km 거리의 시티런이었고, 기록 산출 방식은 후미 주자 도착 시간 - 출발 시간으로 계산한 기록. 시티런 특성상 신호등, 보행자 등 여러 장애 요소가 있어서 사실상 기록 보단 다 같이 처지지 않고 골인하는 게 목표였다. 

오후 여섯 시 반부터 크루 별 체크인을 진행했고 매장 운영 시간과 겹쳐 손님들보다 대학 크루원들이 더 많았던 강남점. 100여 명의 대학생 + AR 페이서 분들 + 직원들 + 대행사 등 정말 많은 인원이 있었는데 내가 방문한 손님이라면 정말 어리둥절하고 구매 욕구 상실했을 듯. 아무튼 크루 별 로고랑 이번 세션 캐릭터인지 학교 크루 별로 다른 캐릭터 넣어주셔서 귀엽고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크루 별로 남 여 각각 3명씩 스위치 포워드 착화할 수 있는 기회를 줬는데 선두 그룹에서 뛰어야 한다길래 나는 과감히 포기했다. 앞에서 페이싱 할 자신도 뭔가 쳐질 수도 있을 거 같단 생각에.. 

체크인 후 스위치 포워드 관련된 shoe talk를 그룹 별로 진행했고 다 같이 단체사진 촬영 후 8시쯤 출발했다. 늘 느끼는 거지만 크루 별로 분위기가 정말 다르다. 이게 바로 대학 크루의 묘미 아닐까. 


같이 뛰는 이유

뛰는 내내 즐거웠다. 물론 끊임없는 업힐에 숨이 헐 떡 헐 떡 넘어갈 뻔했지만 말이다. 뛰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4월 마라톤 이후 장거리를 아예 안 뛰었고 더운 날씨에 뛸 때마다 탈수가 와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중의 제일은 우리 팀에서 제일 못 뛰고 안 뛰는 내가 피해가 갈까 봐. 후미 주자는 무조건 나는구나 싶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꼴등해도 부끄러워 말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며 뛰러 갔다. 


내가 퍼지지 않게 나를 샌드위치 마냥 잘 뛰는 크루원들 사이에 끼워 넣어 출발했다. 뛰는 내내 잡무의 신 '형규'가 페이스 체크를 해줬고 다들 긴 거리 조깅 페이스로 뛰면 더 쳐질 텐데도 힘든 내색 없이 즐겁게 뛰었다. 사실 최근 여름 중 가장 뛰기 좋은 날씨였다.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이라 기온이 떨어졌고 비는 왔지만 쪄 죽을 습도도 온도도 아니라 나름 뜻깊은 우중런이었던 거 같다. 정말 평소 같은 더위였으면 무조건 낙오나 탈수가 왔겠지. 


왠지 모르게 뛰는 동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최근에 사실 마땅히 좋은 이슈도 없었고 목적 없이 지내는 하루가 괴로울 때도 많았다. 사실 달리기 자체도 의무로 뛰는 날이 많았고 즐겁게 뛰는 날은 더더욱 없었다. 사실 좋은 코스의 러닝도 아니고 뛰기 좋은 날씨도 아니었지만, 그냥 다 같이 즐겁게 뛰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좋았던 거 같기도 하다. 뛰면서 지윤이랑 나눈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지윤이가 뛰는 내내 너무 행복하다는 이야길 했다. 나도 돌이켜보니 몸은 힘들지만 오랜만에 머리가 개운해지는 기분과 동시에 즐기면서 뛰는 나 자신이 기특하기도 했다. 사실 다들 내가 퍼질까 봐 엄청 걱정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완주한 모습에 칭찬해 줬고 특히 훈련부장 세환오빠가 엄청 칭찬해 줬다. 운동은 그리고 특히 달리기는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구나. 그리고 같이 뛰는 힘은 어마무시하다. 같이 뛰는 에너지, 함께 가야 한다는 일말의 의무감과 책임감, 그리고 서로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찰나의 순간들. 이런 갖가지 긍정적인 조각들 덕분에 다 같이 완주한 듯하다. 



왜 뛰는지 되뇌기

내가 러닝을 시작한 이유는 상당히 복합적이다. 자의 3.3 + 타의 3.3 + 외부 요인 나머지 정도. 뛰어야만 했기에 뛰었다. 그래서인지 계속 뛰다 보니 의무감에 뛰는 날이 나날이 늘어났고 왜 뛰는지 정말 알 수 없지만 그냥 뛰는 날도 간혹 있었다. 누군가는 빨리 뛰고 싶어서, 살을 빼고 싶어서 등의 이유를 잘도 읊는데 나는 대체 왜 뛰는지 목적도 없이 그냥 신발을 챙겨 한강으로 나선다. 


내가 러닝을 하는 이유가 요즘의 나와 너무 닮았다. 매 순간 목표를 정해 스스로를 극한에 몰아넣어 지냈는데, 요즘은 어떤 목표를 세우고 싶지도 달성하고 싶지도 않다.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해야 한다는 의무감. 이 두 가지 감정이 왜 이리도 무겁고 떠올리기만 하면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일까. 사실 방황하는 시간도 견뎌내야 할 시간의 일부인데, 아직 방황이란 단어가 나와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에 더욱 힘든 걸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원래는 보는 스포츠 위주의 경험을 많이 해 왔고 여전히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근데 러닝을 시작한 후 내가 직접 하는 스포츠 그리고 함께하는 의미를 더욱 깊게 알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번 아디다스 세션을 통해 왜 뛰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러닝은 그렇다. 팀 스포츠가 아니지만 함께 즐길 수 있고, 숫자라는 기록과 목표 그리고 결과가 명확하지만 그걸 통해 스스로 그리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 


나는 왜 뛰는가. 같이 뛰는 내내 행복하다는 지윤이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같이 땀 흘리면서 그리고 그 과정을 나누면서 서로 상호작용하고 성장할 수 있는 '그 시간들'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난 뛰기 시작했다. 서로 파이팅 하라고 외쳐주고 쳐질 땐 뒤에서 밀어주고 함께 하는 순간 흘린 땀방울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어서 나는 뛴다. 러너들에게 더 생생히, 더 와닿게 전하고 싶어서 뛴다. 잘 뛰고 싶은 욕심은 아직도 없다. 그렇지만 나로 인해 그들이 더 즐거워할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이번 계기로 길든 짧은 이 방황의 순간이 어느샌가는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도전으로 발돋움할 수 있길 바라며. 오늘도 뛰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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