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의 도쿄 3편
분명 1시 넘어서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5시 30분쯤이었다. 어차피 빨리 움직이면 좋은 동네라 다시 못 잘 바에 일찍 나서자며 뭉그적 움직였다. 바닷가로 떠난다는 사실을 망각이라도 한 걸까. 경량 패딩을 고이 챙겨 와 놓고 숙소를 나설 땐 그냥 나왔다. 역시 덤벙거림의 끝판왕이 있다면 바로 나.
7시가 조금 되지 않은 시간에 출발했다. 눈을 떴을 땐 창밖이 어두웠는데, 바깥에 나서니 판교로 6시에 출근하던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신주쿠역으로 향해 에노덴 프리패스를 구매하고 우선 후지사와역으로 향했다. 출근 시간대인지 이른 시간에도 사람들이 북적였고 몇몇 학생들도 보였다.
일본 지하철은 좌석 간의 거리가 한국보다 10cm 이상 차이 남이 분명하다. 비슷한 체구 셋이 나란히 앉았을 때 비좁다는 느낌이 들면 잘못된 게 아닐까? 혼자 양쪽의 불편함을 느끼며 후지사와행 급행열차는 출발했다. 왼쪽 아저씨는 코를 킁킁거리며 책을 완독 했고 오른쪽 여성분은 계속 고개를 비틀며 주무셨다. 한국 지하철과 다른 점은 책을 읽는 사람이 정말 많았고 핸드폰을 보지 않는 사람도 다수였다. 노래도 안 듣고 책도 안 보는 사람은 정말이지 멍하게 바깥을 응시했다. 근데 어쨌거나 출근길 지하철엔 생기가 없다. 일하러 가니까.
30분 정도 달리니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바뀌었다. 빡빡이 머리를 한 중학생? 고등학생이었는데 아무리 봐도 폼이 운동부였다. 체구에 비해 손이 두껍고 큰 편이었고 스파이크인지 축구화인지 모를 신발주머니를 들고 있었다. 또, 배낭엔 귀여운 곰돌이 키링을 달고 있었는데 곰돌이가 야구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이름은 유타 배번은 8번.
내가 내기리 한 정거장 전에 그 친구가 하차했고 나는 이따금 후지사와역에 도착했다. 학수고대하던 에노덴선을 타러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나는 직감했다. 너무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