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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랑 Jun 05. 2022

[초상화] #2. 사람 내음을 가득 담아

<시선이 머무는 밤> 출간을 축하하며

나의 소중한 동기이자 브런치 선배(?) 작가인 최성우 작가님의 책이 며칠  세상에 나왔다. 그가 공들여  활자가 종이에 수없이 놓여 ''이란 이름으로 우리의 인생으로 왔다. 그의, 우리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사람 내음이 가득한 . <시선이 머무는 > 그의 출판을 축하하며 그와의 이야기를  내려갈까 한다.



문체는 곧 사람의 목소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출근하는 길 지하철에서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책 제목만 보면 분명 모든 일을 다 끝내 놓고, 세상의 불빛이 은은해진 시간에 읽어야만 할 거 같은 제목이지만. (예를 들자면 퇴근 후, 씻고 난 후, 뭔가 온전히 내가 여유롭고 편히 쉴 수 있는 그런 시간) 역설적이게도 돈을 벌러 가는 / 사람이 지독하게 많은 주말 지하철 / 그것도 사이버 세계 같은 판교로 말이다 / 그런 곳에서 이렇게 따습다 못해 사람 냄새가 풀풀 나는 책을 읽으니 꽤나 낭만적이었다. 읽는 내내 몇 번이고 나를 '왈칵'하게 한 이 책을 눈앞에 두고 당장이라도 카메라를 어깨에 걸쳐 한강 어딘가 앉아 글을 써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나는 삶을 영유하기 위해 사방이 통유리인 이곳으로 왔다.


아무튼, 성우 오빠의 글은 오빠 그 자체였다. 오빠와 첫 만남은 대학교 신입생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오빠는 (책 속의 말을 빌리자면 세 곱절 정도) 굽이굽이 돌아 우리와 같은 학번이 됐고 두 살 차이 나는 오빠와 대학 동기가 됐다. 내가 좋아하는 수연 언니와 여진이가 오빠와 새내기 배움터에서 알게 돼 나를 소개해줬다. 아직도 생생한데, 학생증 수령 때문인지 본관 대강당에서 오빠를 처음 만났다. 그 당시 낯을 꽤 가리고 경계심이 가득했던 내게 처음 보자마자 말을 그렇게 늘어내는 사람이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머지않아 오빠와 다른 동기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자리가 있었다. 아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생각을 나누는 즉, '대화'를 나눴다. (나는 시답잖은, 생산성 없는 얘기를 즐기지 못한다. 분침이 한 바퀴를 채 다 돌지 못한 채 질려버려서) 책 속에서 나오는 떡볶이 소녀의 이야기, 세 곱절을 훑어낸 시련, 그리고 그가 얻게 된 단단함을 그날 처음 마주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인상이 따스한 사람으로 바뀐 듯하다. 나는 종종 그에게 고민을 털어 두기도 했고 내가 꽤나 오래 잃었던 자존감을 되돌리기에 충분한 조언을 해 줬다.


그 술자리를 끝으로 우리의 관계는 끈끈해졌다. 매일 같이 연락을 하지 않아도, 시시콜콜한 얘기를 주고받고 서로에게 귀감이 되는 존재. 우린 그렇게 5년째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대게 하루를 영위할 수 있는 응원을 얹어 전하고, 좋은 일이 있을 땐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그런 사이.

책 속에서 무작정 향한다는 그 서촌 어딘가.

성우 오빠의 글은 문장 한 줄 한 줄이 다 정겹다. 대학 생활을 위해 상경한 내게, 서울은 회색 빛 그 자체였다. 그리고 '서울 사람'에 대한 약간의 경계심도 있었달까. 상상 속 혹은 미디어 속의 또는 주변인들의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서울 사람은 차갑다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경험한 바로 팩트가 아니다. 내가 살던 동네가 정이 과하다고 느낄 정도로) 서울은 그저 적당한 정을 나누는 동네일 뿐이다. 18년도의 최성우는 정이 넘치는 서울 사람이었다. 같은 동기임에도 시간을 쪼개 대화를 나누고, 돈을 끌어 밥도 사주며 그가 표현할 수 있는 많은 베풂을 내게 해줬다. 당시 불완전했던 나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많이 의지를 했다. 그를 떠올리면 몇 번의 사계절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고마움이 앞선다.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당시 위로를 받았던 순간이 맞물리며 다시금 오늘을 헤쳐갈 힘을 얻었다. <시선이 머무는 밤>은 인간 최성우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겠지.

고맙고 사랑해! 클라이언트들!

오빠의 글이 세상이 나왔다. 내가 그의 말로 위로를 얻고 용기를 얻은 것처럼, 불특정 다수도 최성우 작가의 글을 통해 어둡디 못해 캄캄한 밤에서 벗어날 수 있길 바란다. 위 사진은 그를 포함해서 차갑고 무뚝뚝한 나를 감싸주는 ENF_ 모임! 이들 덕에 올해 상반기는 순항 중이다.


며칠 전 술자리에서 한 말처럼, 무에서 유를 만들어 가는 중인 우리!

더 웃고 울고, 부대끼며 치열하게 달리고 마시고 즐기자!

출간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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