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by XX





이브 역의 틸다 스윈튼은 좋았는데 아담 역의 배우는 그다지 인상 깊지 않았다. 틸다 스윈튼의 안정된 연기를 보다 이 배우로 넘어가면 연기의 톤이 한결같이 일정하고 캐릭터 해석이 너무 단순하게 느껴져서 흐름이 깨질 정도였다. 다른 배우였다면 좀 더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두드러지지 않았을까. 틸다 스윈튼에 비해 남자 배우가 상대적으로 너무 인간 같아서 그런 점 때문에도 아담에게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말로우의 죽음으로 마지막에 가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지쳐서 쓰러질 것 같았던 아담과 이브. 아담이 이브를 기다리며, 우연히 듣게 되었던 노래. 영화 내내 아담이 인간을 좀비라고 지칭하며 혐오스러운 태도로 일관해도 결국 인간이 부르는 그 아름다운 노래에 빠져들고, 감탄한다.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었다.

그리고 결말에서 가로등 불빛 아래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진 커플을 바라보며 아담과 이브는 저 들의 피라면 마셔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저들이 나누는 육체적인 몸짓에는 열정과 순수함이 있었기 때문에. 마약과 술, 기계적인 섹스에 미쳐있는 좀비 인간, 현대인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던 게 아닌가 싶고. 조금만 깨물고 저 들을 뱀파이어로 만들자는 대사도 재미있었다. 뱀파이어 물의 틀을 그대로 가지고 가되, 이 영화의 캐릭터들의 대사, 행동들은 그 틀을 조금씩 벗어난다. 유연한 느낌이다.

뱀파이어가 인간을 증오 한다한들 어차피 뱀파이어는 인간과 공생관계일 수밖에 없고, 저렇게 인간이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에 심취하고, 저들이 나누는 사랑에 낭만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니 이 세계에 사랑하는 이들이 남아있는 이상 아담과 이브도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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