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식스 카운티

by XX




외로움에는 공간감이 없다. 그 고독이 내면으로 향하기 때문에 단조롭고 자기 파괴적이다. 이런 단조로움을 피하면서 외로움에 대한 깊은 공간감을 표현해낼 수 있다면 내 개인적으로 자기가 감당하지 못할 대단한 소재를 밖에서 끌고 와서 용두사미로 만드는 작가들보다 훨씬 훌륭하고 대단한 역량을 지닌 게 아닌가 감히 생각해본다. 에식스 카운티의 경우 이 그래픽 노블의 이야기를 지배하고 있는 분위기가 만화의 연출, 인물들의 표정, 배경에마저 잠식하고 있는데도 그게 단순히 자기 파괴적 고통에서 끝나지 않는 것은 마치 이 작품의 표지같이 그것이 굳건하게 뿌리를 내린 풍성한 나무에 일종의 양분이 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그래픽 노블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온통 외로움뿐인데도 책을 덮고 나면 그 감정의 뿌리가 이렇게 깊고 풍성하게 느껴지기에 외로움마저 어떤 희망으로 보이는 것이다.





* 얼마 전에 봤던 트리 오브 라이프가 문득 이 만화와 겹쳐 보였던 건 트리 오브 라이프도 그저 평범한 어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는 생각 때문인가. 표현의 방식 때문에 트리 오브 라이프가 뭔가 대단한 것을 추구하고 담았다고 보이겠지만 나는 이 영화의 이야기가 누구에게나 존재할 아주 작고 사소한 가족의 연대기를 크게 확대한 것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 그 외의 영화에서 존재하는 거대한 사족은 감독의 취향일 뿐이지. 표현방식에서는 나는 차라리 에식스 카운티를 더 높게 평가해주고 싶다. 영화와 만화의 비교는 무리수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만화의 수준은 훨씬 더 대단하다.


*요즘 읽을 책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그래픽 노블에 대한 거부감도 없다.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이 만화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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