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by XX





영화 중반에 다다르면 현재에 살고 있는 그들의 삶이 생각보다 멋지고 아름답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순간, 영화 초반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서로 하고 있는 듯했던 과거와 현재 사이에 비로소 끈끈한 연결고리가 형성되면서 이 과거가 현재를 역습하고 있었음을 우리들은 깨닫는다. 다시는 되 돌이킬 수 없는 영원한 과거의 이야기는 아무런 힘이 없는데도 끊임없이 현재의 삶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오가며 이 간극의 여운을 생생하게 느낀다. 때문에 건축학개론에서 과거와 현재는 영화를 표현하는 가장 큰 핵심이다.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과거와 현재가 되돌아갈 수 없는 과거와 이미 너무나 변해버린 현재가 되었다가 다시 맞물리며 같은 시공간이 되었다가 나중에는 영원히 분리된다. 짭퉁 게스 티셔츠 때문에 창피를 당하고서 제 화를 이기지 못하고 걷어찬 대문을 수년이 지난 뒤에 만지작거리며 나이 든 노모를 착잡한 심정으로 응시하고,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등의 장면들을 보노라면 사실 첫사랑이라는 풋풋한 소재를 통해서 영화는 매 시간이 과거로 켜켜이 쌓이는 인간의 삶을 담담하게 풀어내고자 했던 게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건축학개론에서 과거와 현재는 지나가고 또다시 다가오는 모든 것들에 대한 잔상 그 자체인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 오랜만에 극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한 프로메테우스보다 더 만족한 영화였다.



*배우보다 영화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영화는 오랜만이었는데, 반대로 생각하자면 이 영화에서 연기한 배우들이 딱히 영화 때문에 수혜를 받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것. 배우가 빛나는 영화는 아니었다. 기억나는 배우는 조정석 정도... 이제훈도 파수꾼의 연장선상이었던 것 같고(기태보다 덜 예민한, 아주 평범하고 순진한 남자아이?), 엄태웅이나 한가인도 마찬가지. 한가인은 발성이나 표정연기가...... 배우들의 캐스팅은 매우 적절했다고 본다. 이제훈- 엄태웅 , 수지-한가인. 이 영화에서 과거와 현재가 단순히 영화의 스토리라인만을 위해 존재했던 게 아니라 인물이나 사물에도 반영이 됐다는 게, 그 섬세한 묘사가 참 좋았는데 캐스팅 단계에서 실제로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한테는 그게 의도처럼 읽혔고, 그래서 더더욱 영화가 완성도 있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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