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우엘벡

by XX





<소립자>와 <지도와 영토>의 뚜렷한 공통점은 작가가 등장인물의 탄생과 죽음까지의 인생을 담백하게 또는 음란하게 훑으면서 지구 상의 살아 숨 쉬는 모든 인간들을 조롱하는데 있다. 살아 숨 쉬고 있는 모든 인간들에 대한 극도의 혐오가 소립자에서는 매우 보편적이고 촘촘하게 드러났다면 지도와 영토는 다소 유쾌하게까지 보이는 문체가(번역의 문제인지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는) 보여주는 인간 혐오가 더더욱 독자로 하여금 기분을 더럽게 한다. 소립자가 매 순간에 집중하며 텍스트 하나하나에 인간 혐오를 새겨 넣었다면 지도와 영토는 좀 더 느긋해진 태도로 여유를 두며 인간은 얼마나 허무하고 악질적인 존재인가에 대해 토로한다. 하지만 약간은 어설픈 블랙코미디가 어색했던 건 나뿐인가. 어쩌면 작가는 인간에 대한 분노를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에 좀 더 유쾌하고 좀 더 유연한 블랙유머를 구사하기에는 자기 자신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소립자와 지도와 영토의 없는 듯 있는 간극이 이 두 권을 연달아 읽은 나로서는 약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 사이에 작가는 어떤 큰 변화를 겪은 걸까. 단순히 노화에 의한 변화인가. 특별한 변화가 있다면 그 변화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 사이에 있는 다른 책을 읽어봐야 하나.



하지만 어쨌든 모든 이들이 인간의 저질적이고 비열한 근본의 변화 가능성에 좌절하고 인간말살을 외칠 때, 미셸 우엘벡만큼은 그 상황에 애도를 표하고 조금은 안타까워하며 슬퍼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을까. 인간을 진정 사랑하려면 인간을 혐오하는 법부터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왠지 작가 자신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묘사할 때, 엄청난 쾌락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죽지 못해 사는 삶이 현대인의 가장 큰 고질병이라면... 저렇게 끔찍한 죽음을 신랄하게 표현하면서 즐겁지 않았겠는가. 어쩌면 작가는 <내가 죽는 방법>이라는 리스트를 주기적으로 작성하며 즐거워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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