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아

by XX





어느 순간부터 과도한 상징이나 은유를 사용하는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다. 미술작업이 어떤 것을 재현한다는 문제 또한 이와 맞닿아 있다. 아마 이 거부감은 미술작업에서 시작됐는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상징이나 은유를 뛰어넘어 내러티브가 가질 수 있는 힘, 보이지 않는 수많은 층들이 의도치 않은 재현을 만들어내면서 이것이 매우 낯선 재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사실에 있었다.

영화 멜랑콜리아는 그런 점에서 볼 때 조금은 거북하게 느껴지는 영화다. 불편하긴 하지만 그 불편함이 낯설지 않은 것은 이미 많은 것들을 영상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정적이고 고상한 무기력함은 오히려 천천히 깊숙하게 우리들의 의식 한편에 다른 무기력함으로 파고들긴 하지만 그게 큰 자국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너무 영상이 아름다워서, 영상이 모든 것을 말해주기 때문에 날 것의 우울함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마치 매우 아름답지만 생기 없는 조각 작품 같다.


저스틴이 종말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흥미롭다. 1부 초반 매우 흥분하고 들떠있는 저스틴이 점점 불안해하고 신경질적으로 무기력해져 가는 과정, 2부에서 알몸으로 멜랑콜리아 행성을 받아들이고 마치 정신적인 섹스를 하는 것 같은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종말이 다가오는 가운데 저스틴은 점점 또렷한 정신으로 되돌아와서 점점 미쳐가는 클레어를 조용히 응시한다.

감독의 다른 영화 도그빌을 한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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