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 렛 미 고

by XX




상당히 밀도가 높으면서도 압축된 영화다. 복제라는 주제를 다루지만 SF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기를 택하기 때문에 시각적인 화면이 단순히 이미지에 머물러있지 않고 다른 차원으로 환기된다. 이 영화가 환기하는 방법은 문학적이다. 서술하는 방식에 있어 결코 설명하거나 묘사하지 않는다. 영화의 소재에 비해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하다. 다소 지루하거나 혹은 조금은 불친절하다 싶은 장면이 있긴 하지만 먹먹한 감정을 절제의 형식을 통해 물 흐르듯 표현하면서 오히려 관객은 서서히 느리게 그러나 능동적으로 영화를 감상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시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야기 구조가 복잡하지 않아서 영화 내용 자체만 보자면 매력적이지는 않다. 이 영화에서 굳이 심오한 질문거리를 찾는다는 것은 충분히 그럴 수도 있지만 필요하지는 않아 보인다. 그냥 느끼고 받아들이는 영화. 다 보고 난 후 이 먹먹한 감정이 무엇일까 계속 생각하고 그것을 언어로 다시 표현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영화 <렛 미인>을 보고 난 후 느꼈던 감정과도 조금은 비슷한 듯.


예전에는 소설과 시를 매우 다른 영역으로 분리했었는데 개성적인 내러티브를 충분히 구축하면서 소설의 형식으로 말하는 동시에 시적인 감성을 가지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게 요즘 드는 생각이다. 문장이 리듬을 가진다는 표현이 이를 두고 한 말인가 싶다. 영상도 마찬가지다. 이미지로 시작하지만 이미지를 넘어서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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