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좇는다

푸싱 데이지-사랑스러운 프릭쇼

by 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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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2주 6일 5시간 9분에 죽은 딕비를 살린 후, 딕비를 다시는 만질 수 없게 된 네드




나에게 프릭쇼하면 데이빗 린치의 작품들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형용할 수 없는 기괴함과 깊게 깔려있는 음산함의 안개 속에서 기묘한 서커스를 보고 있는 듯한 이 낯설음은 사실 상당히 불쾌하다. X파일에 대한 글을 쓰면서 어느 정도 언급했지만 데이빗 린치의 프릭쇼는 관객을 의식하지 않고 펼쳐지는 단독의 팬터마임과 같다. 무거운 익살스러움과 무언의 몸짓의 훑음이 계속해서 관객들에게 최면을 걸고 있는 것이다.

반면, 푸싱 데이지는 가볍고 유쾌하다. 매우 평범할 것 같지만 매우 이상한 등장인물들과, 매우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소품들, 원색의 동화 같은 배경 속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죽어나가지만 어느 누구도 심각한 이는 없다. 이 이상한 쇼는 티타임 시간에 과자를 오도독 씹으며 누가 죽었대~라고 수다 떠는 듯한 기괴한 평화로움이 달콤한 파이와 함께 풍기는 사랑스러운 프릭쇼와도 같다.





조잘조잘 괴짜들과 죽음이 있는 기괴한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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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척과 네드



'그렇게 알콩달콩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식의 인자하고 따뜻한 내레이터의 목소리가 들리는 푸싱 데이지의 기본 컨셉은 동화다. 하지만 푸싱 데이지는 '그렇게 잘 살았답니다~'가 아닌 '그렇게 죽어버렸답니다'가 어울리는 기괴한 동화에 가깝다. 이 동화를 이끌어가는 소재가 죽음이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죽음은 사람과 사람과의 인연에 우연을 가장한 채 등장하는 마술이다. 그것도 슬프거나 우울하지 않고 우스꽝스러운 마술 같은 죽음. 네드도 죽음으로 인해 척과 다시 만나게 됐으며, 사립탐정 에머슨과도, 혹은 네드와 에머슨 척 이 삼인방의 (짜고 치는) 탐정 사업도 죽은 이들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되니 이 우스꽝스러운 죽음은 친근하다 못해 지겹다.

'아, 또 죽었구나. 그래, 이번에 너는 어떻게 죽었니?' 이런 식이다.

특히 매번 삼인방이 만나는 시체들이 죽어있는 모양새는 독특하면서도 역겹다. 이 이질감이 느껴지는 역겨움을 나는 수분이 증발한 결벽증의 원색들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시체는 있으나 진득한 피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으며, 결벽증 환자가 쓸고 닦은 듯한 깔끔함과 건조함이 화려한 원색들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동화스러운 옷을 한 겹 껴입은 명랑 시체 퍼레이드



네드의 손가락이 닿은 후 깨어난 시체들은 자신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거나, 절망하거나 도망가지 않는다. 그냥 평범한 일상처럼 삼인방을 향해 인사를 하고 헛소리를 중얼거리고, 태연하게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체 공시소에서 혹은 살인 현장에서 벌어지는 1분 동안의 이 이상한 밀담은 죽음을 희화화시킨다. '죽었으니 뭐 어쩔 도리도 없잖아. 그냥 죽은 거지. 심각할 필요 있어? 죽음이 심각해야 한다는 법 있나?'

푸싱 데이지의 제작과 각본을 맡은 브라이언 풀러는 그의 죽음에 대한 판타지를 2003년 드라마 데드 라이크 미를 통해 이미 드러낸 적이 있다. 우주정거장에서 떨어진 변기 뚜껑에 맞아 즉사한 소녀의 사신 적응기를 음울하기보다는 괴팍하고 슬프지만 웃음이 피식 나오는 SF블랙코미디 휴먼 드라마로 만들어낸 브라이언 풀러가 창조한 푸싱 데이지의 세계에서의 죽음은 좀 더 가볍고 좀 더 화사하다. 떠나간 사람들이나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슬픔이 가득한 현실의 죽음과는 다르게 푸싱 데이지의 세계에서는 그다지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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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하게 생겼지만 허당 끼가 다분한 파이메이커




빈번하게 등장하는 시체들처럼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도 조금씩은 이상한 특징들을 지닌 괴짜들이다. 죽은 사람을 살리고 다시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파이 홀의 젊은 파이 장수 네드, 죽었지만 죽지 않은 여자 척, 뜨개질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곤 하는, 다소 여성스러운 취미를 가진 사립탐정 에머슨, 네드를 좋아하는 건지 네드를 향한 짝사랑을 즐기는 건지 알 수 없는 올리브, 만성 우울증으로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척의 이모들.

그 밖에 일부다처제 품종 개량가, 예민한 후각을 가진 후각 전문가, 개는 물론 사람까지 길들이는 복종훈련 전문가 등등등 이들 모두 다소 엽기적이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다.




뜨개질이 취미인 사립탐정 에머슨 코드





걸어 다니는 시체, 그녀의 이름은 척









릴리와 비비안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올리브







말장난 같은 가볍고 유쾌한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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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와 비비안이 살고 있는 쿼드쿼의 집


푸싱 데이지의 등장인물들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 마을 쿼드쿼도 파이 홀이 있는 도시도 정확히 어떤 곳인지 설명되어 있지 않다.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만들어냈다기보다는 없지만 있을 것 같은 가상의 공간이자 동화의 공간보다는 세련된 각색의 느낌이 강하다. 현실성과 환상성을 적절하게 섞어놓은 듯한 장소는 그래서 사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원래 그러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그저 가볍고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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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홀


차이나타운도 마찬가지다. 에머슨 코드가 고기만두를 너무나도 좋아하기 때문에 차이나타운에 자신의 사무실을 차렸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푸싱 데이지의 차이나타운은 묘한 경계선에 위치해있는, 이국적이고 낯선 동양 문화에 대한 환상과 함께 매력적이면서도 무겁지 않고 가볍게 표현되어있다. 조금은 낡고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그런 느낌. 사실 실제로 차이나타운 중에는 깨끗하고 규모도 크며 번잡하지 않은 조용한 곳도 있지만 아마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환상을 푸싱 데이지를 통해 드러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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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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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시체 공시소 같이 보이지 않는 시체 공시소





척의 화려한 복고풍 패션



죽었지만 죽지 않은 여자 척의 패션은 어쩔 땐 난해하지만 기본적으로 화려하기 때문에 죽은 여자가 변장용으로 하고 다닌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듯한 네드의 패션은 '최소한 눈에 띄지 않게'가 목표인 듯 어두운 무채색 계열의 옷들이 대부분이다. 사실 척은 네드의 실수로 어렸을 적 아버지를 잃고 그녀 자신도 죽어버렸지만 죽기 전에도, 죽은 후에도 굉장히 밝고 명랑하다. 남겨진 이모들과 관에 누워있는 아버지를 늘 그리워하면서도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슬퍼하지 않는다. 네드의 패션이 살아있는데도 늘 조금은 우울하고 소극적인 그의 성격을 반영했다면 척은 죽었지만 활발하고 통통 튀는 그녀의 성격이 그녀의 옷에 잘 표현되어 있다.
























































소재를 살리지 못한 아쉬운 스토리 구성




흥미로운 소재와 강렬하고 아름다운 색감들, 막장드라마들 속에서 눈에 띄는 아기자기한 동화적 구성에도 불구하고 푸싱 데이지는 2시즌으로 종영됐다. 시청률에 관해선 이쪽이나 저쪽이나 야박한 건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2시즌 들어서 처음의 푸싱 데이지만의 상큼함이 사라 졌던 건 사실이었다.

특히 푸싱 데이지의 큰 강점인 동화 같은 구성은 동시에 큰 약점이기도 했다.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지 않고 싱겁게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극적인 상황이 푸싱 데이지에 필요하지 않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인데 그렇다면 극적인 상황을 대체할만한 스토리 구성이 있어야 하지만 매번 시체를 깨워 정보를 얻고 결국 범인을 잡는 내용이 계속 반복이 되면서 보는 사람을 지루하게 만든다. 새로운 상상력과 변칙적인 구성을 필요로 하는 특이한 소재를 릴리가 척의 친엄마였다는 설정과 척이 아버지를 살리려고 시도하면서 낭비하는 느낌이 강하고 이후의 전개 또한 조금 진부하게 흘러간다. 괴짜들이 너무 평범하게 변해버린 것이다. 물론 캔슬되지 않았다면 이후의 이야기를 더 볼 수 있었겠지만 아마 영화가 아니라면 가능성이 없으니 나로선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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