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컬병 고치기

습관적으로 사춘기

by 빛길

하늘은 그냥 하늘. 스티커는 그냥 스티커. 원피스는 그냥 원피스.

그냥 하는 거고, 그냥 그런 거지, 원래.


사춘기 아이처럼 시니컬한 태도로, 반쯤 눈을 감고 시간을 보냈다.(어쩌면 그보다 더 감았을지도...) 무섭도록 정직하게 모든 건 몸에 밴다. 스마트폰을 보다 굽은 등, 다리를 꼬다 비뚤어진 골반, 그 유치한 시니컬함조차도. 나는 습관적으로 시니컬해졌다.


시니컬함의 방향은 끝내 나로 향했다. 문득 꿈꾸는 미래조차 기계적인 스스로에게 회의감과 의문이 들었다.


- 맞아? 네가 원하는 거. 아니, 아니. 솔직하게 말해. 생각하고 말해.


나는 늘 생각 중인데 생각을 하고 말하라니... 건방진 자식. 기에 눌려 우물쭈물 대답하다 보니 시니컬함은 질문세례는 점점 적어진다. 하찮은 으르렁거림도 제법 잦아든 것 같다.


산책길은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날은 넓게 길을 막은 무리가 거슬리고, 어떤 날은 강아지와 산책하는 노부부가 사랑스럽고, 어떤 날은 피곤한 얼굴의 배낭 멘 여자가 안쓰럽다. 이는 내가 바라봄의 정도나 마음을 인식하는 방법 중 하나다.


청명한 바탕에 노을이 진 하늘도, 토이 스토리 캐릭터 모음 스티커도, 고모가 준 분홍색 피케 원피스도 좋아한다.


요즘은 '그냥'을 떼는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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