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추상적인 당신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
촛불을 켜고, 신에게 기도했다.
비록 추상적이라 안에 보이지 못했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믿음으로
그렇게 기도했다.
신이시여,
그토록 간절한 바램으로 인해
원래 죽었어야 했던 새싹이
태풍을 견뎌내고, 폭풍우를 이겨내
올곧은 새싹으로 이곳에 자리 잡아,
빗물을 머금고, 염원을 머금고
죽지 않고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나의 새 시작을 도우소서.
죽음이라 함은,
이승에서의 삶이 끝난 것만이 아니라,
삶에 길을 잃고 방황하여 영이 떠도는 것처럼
지내온 시간을 죽음이라 하였습니다.
그저 허송세월이 아니었던 그 시간들을
거치고, 또 거쳐 나는 이 자리에 있습니다.
끝내 하늘이 부르지 않았기에 나는 이 삶에
아직도 이렇게 숨을 쉬며 살아있습니다.
죽음을 딛고 일어나 새 삶을 살고 싶어 하는,
당신 앞에선 그저 어린 양일뿐인 내가
지난날 나 자신을 해치려고 했던 시간을 회개하고
나의 원죄를 인정하고, 속죄했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 믿고 있습니다.
신이시여,
나의 새 시작을 도우소서.
내 곁을 지켜주시고,
또 나와 함께 동반하소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할 줄 알았던 내가
아직 이 땅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은
내가 아직 이승에서 할 일이 남아있기에
살아있는 것이라고 내 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이 삶에 아직 해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째서인지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내게는 훤히 보인다는 말입니다.
백 년이 되어도, 만만 년이 되어도
나는 내가 이곳에서 해야 할 것을 다 해내고
또다시 태풍이, 폭풍우가 휘몰아쳐도
나는 여전히 죽지 않고 살아있는 올곧은 새싹이며,
무르익어 열매를 맺을 나무가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어떤 상황에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어쩌면 나는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내게 일러주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알 것 같다는 말입니다.
신이시여, 나무가 된 나를 알아보시어
내게 양분이 되는 것들을 주시고,
또 나라는 나무에 양분을 당신이 주시고,
내가 끝내 살아있기를 바랍니다.
비록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삶은
앞으로 고될지, 순탄하고 평안할지
대체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나를 도우리라는 것만은 알겠습니다.
신이시여,
나의 새 시작을 도우소서.
새 삶을 인정하고 도우소서.
나의 간절함을 알아보소서.
나를 인도하시고, 나를 쓰다듬어주시어
포근한 품 안에 나를 안기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