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리는 고양이마을을 지나다녔다.
그날 우리는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은 것처럼 오열했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은 게 아니라, 우리가 사랑이라는 걸 했기에 '사랑'이라는 그 감정이 소멸하는 것을 보았다.
그 누구도 원치 않았다. 사랑이 소멸하는 것을. 그날 우리는 손을 잡고 한참 동안을 걸었다. 왜 몰랐을까—손만 잡고 걸어도 이렇게나 좋은 것을. 우리는 사랑과 급작스러운 생활 문제에 강하게 얽혀서 애틋하고 어린 사랑의 감정을 잊은 듯했다.
우리는 걷기만 해도 좋은 사이였던 거다.
그래서 눈물이 더 나왔던 것 같다. 바람이 시리지 않았다. 그는 이제 그만 헤어지자 말했다. 당신 때문에 초라해진 내 모습을 보기 힘들다는 이유로.
그때 난 생각했다. 아마 당신은 금방 후회하겠구나—하고.
제철에 잘 익어 멍든 복숭아 같았다. 우리는 제시기에 마음이 간지러웠고, 마음에 멍이 들었다.
그만하자는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4시간가량을 버스 타고 그를 만나러 가면서 우리가 겪게 될 일을 짐작했다. 나와 지내는 동안 한 번쯤은 이별을 야기하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꼭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다고 말해줘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근데 막상 그런 상황이 닥쳐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또다시 마음이 간지러웠다. 침착해야지, 침착하자. 그렇게 속으로 읊으며 가려운 마음을 추슬렀다.
바람이 선선해서 좋았다. 예상했던 순간이 닥쳐왔을 때에는 연습한 대로 안아주었다. 그리고 펑펑 울었다. 나는 곧장 그의 귀를 감쌌다.
이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었으면 했다. 아주 잠시라도. 쉬게 해주고 싶었다. 감히 내가 말이다.
그는 나를 밀쳐냈다. 손을 잡지 않으려 했고, 거리는 멀어지고 있었다.
언제 내 얘기를 할까. 언제 내 얘기를 해야 하나…
그렇게 고민하다가 함께 오열했을 때 내 얘기를 하다가 그만 함께 땅이 꺼져라 울어버렸다.
그래서 애틋했고, 그렇게 증명됐다.
우리는 바쁘게도 사랑했구나.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사랑해서 몰랐구나.
예쁘게 자리 잡힌 눈썹에, 눈만 한 애교 살에 오목조목한 코에 꽤나 도톰한 입술에, 개구쟁이 같은 웃음소리. 그 호탕한 웃음소리에 같이 웃는 나. 결국 그게 우리가 아니었을까.
매번 마찬가지 사랑했다.
잠시 쉬고 있어.
마음이 다시 한번 간지러웠다.
그렇게 우리는 고양이마을을 지나다녔다.
담을 넘는 고양이, 쓰레기를 핥아먹고 있는 고양이, 눈치 없이 지나다니는 고양이, 눈치를 살살 보고 있는 고양이, 빠르게 뛰어가는 고양이…
고양이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따듯해지면서, 우리는 더 이상 차가울 이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