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걸었다.

어느 날에 호연.

by 호연

바다를 한없이 걸었다.

걷고 또 걷다 보니

바다 아닌 인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신들은 무엇이 기뻐 그리 웃나요

당신들은 저 바다가 예뻐서 사진을 찍나요

당신들은 저 바다에 빠져볼 생각은

아마, 한 적 없겠죠?


바다를 한참 걷다가,

나는 어느 바다에서, 어느 위치에서

내 몸 던지면 바다가 깊어

나를 집어삼킬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사실 습관 같은 거다.

나는 죽을 생각이 없지만,

또다시 죽고 싶어질 때면

어느 바다에 빠지면 좋을지.


어느 바다에 빠져야지만

내가 다시 모래사장으로 안 밀려나는지.


그런 고민이나 하면서 바다를 걸었다.

그대들과 함께 웃지 못하고서.


나도 웃고 싶었다.

나도 바다를 예쁘다 바라보고 싶었다.

나 또한 살아 숨 쉬면서

이런저런 고민 같은 것 말고

행복하게 웃고 싶었다.


초라한 내 모습이지만

그렇게 미련하게 죽음을 갈망했다.


아주 습관 같은 거다.

내가 죽으려고 한 이유는

사소한 습관 같은 거다.


그 습관을 없애기 위해서

이겨내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바다를 봐도 아무런 생각이 없어야 한다.

그냥 푸르고, 깊다면 깊고

아름답다면 아름다운 바다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넘겨야 하는 일.


내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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