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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다들 잘 지냈어요?
밥은 제때 잘 챙겨 먹고 다녔나요?
나는 밥을 너무 빨리 주는 데에서
한동안 지냈다 보니까,
밥은 거르지 않고 잘 먹고
그래도 잘 지냈어요.
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더는 물어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괜찮냐는 물음말이에요.
사실 나도 내가 괜찮은지 모르겠어요.
언제는 죽네마네 하면서
세상을 등질 뻔한 적도 있었지만
그때와 지금은 좀 다른 결인 것 같아요.
평온한 얼굴로 잘 사는 것 같다가도
이게 억누르는 행동이었다는 걸 자각했어요.
나는 내가 괜찮은지 모르겠어서
한번 질문을 던져봤어요.
너 정말 괜찮은 거 맞냐고.
그랬더니 우습게도 괜찮다고 대답하더라고요
저 자신 말이에요.
제가 밟고 서있는 게
땅인지 하늘인지도 모르겠는데
그만큼 어지럽고 삐뚤어졌는데
그래도,
그래도 괜찮다고 대답하더라고요.
힘든 게 좋은 사람은 없겠죠.
당연한 거예요 힘들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다들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
열심히 사는 거잖아요.
날 괴롭히는 악인들 사이에
내가 그들이 쳐놓은 그물을 밟기를 원하는
그런 악인들 사이에서 잘 견뎌왔는데
이제는 도무지 모르겠어요.
너무 뻔한 수법에,
너무 뻔한 그물의 모양,
너무나도 뻔한 입에 발린 말들,
너무 뻔한… 당신들.
난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요?
다녀왔는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요?
쪽 찢어진 눈에서 피눈물이 나오고
익숙한 바늘이 그 눈을 감게 만들고,
감은 눈에는 흉터가 생기고,
날이 추워지면 흉터가 가려워요.
가려울 때마다 흉터의 과거를 들추게 되고
그때마다 눈을 찔끔 감고
얼른 잊어버려야지. 얼른 잊어버려야지.
나 자신을 최면하듯 달래어 보는데
… 그래 보는데
어치피 달래어봤자
어차피 달래어봤자.
다녀오겠습니다.
더 단단해져야 할 거 같아서요.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