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다

바다에서_호연

by 호연

흘렸던 눈물을 모아보니 바다가 되었고,
나는 그 바다에 빠져 어느새 허우적대고 있었다.


인어공주의 눈물은 진주가 된다는데

내 눈물은 아주 묽은 독이라서

흘려도 평온하지 못하고,

그리도 고통스러웠다.


탈출조차 못하는 구렁텅이에 빠져서

한참을 헤매다 보니

어느덧 몇 년이 지나있었고,

그때 남은 기억들은 나에게 없었다.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그런 추억을 갖고 하하 호호 웃던데

나는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는 척,

고뇌에 빠진 척이나 하면서

그렇게 타인의 웃음을 부러워했다.


추억이라는 게 참 시덥잖은듯 보여도

추억으로 하루를 더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내 뇌를 갉아먹은 묽은 독이

온몸으로 서서히 퍼져서는,

나를 애처롭고 외롭게 만든다.


뭐가 그리도 즐거웠는지

그 기억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소중하게 담아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치료를 목적이라 하는 독약을 먹고,

독약보다 짙은 악인들에 대한 기억으로

더럽혀진 내 마음과 남은 기억들은

전부 다 깊게 번져서

요즘따라 나를 괴롭게 한다.


괴로움을 이겨내는 방법을 강구해 봤지만,

필름이 끊긴 듯 지난 2년에 대한 기억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서

이겨내는 방법조차 모르겠다.


그게 요즘 내 공허함을 말한다.

그게 요즘 내 고통을 말한다.


새해를 뜻하는 종소리를 듣지 않고

그냥 자버렸던 탓이었을까


아직도 나는 어린아이 같다.

성장이 멈춰버린, 어른이 아닌

그저 그런 어린아이 같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

또다시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게,

매일을 추억이라 부를 수 있게,

매 순간을 추억할 수 있게.


그랬으면 좋겠다.


바다는 맑았다.

그래서 내 눈물도 맑았다.

정말 슬퍼 우는 때에는

눈물이 짜지 않고 아무 맛도 안 난다는데


아무 맛도 안 나는 눈물이

내 얼굴을 뒤덮어버렸을 때

나는 바다에 몸 담가,

슬피 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바닷물이 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마침내 바다는 아름다웠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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