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에 호연
옥상에서 담배를 태우는데 그러다, 말벌새끼 한 마리를 보게 됐다.
징그럽다던가, 무섭다던가... 그런 생각들 말고
나는 이 아이가 생각보다 높게 나는구나 싶었다.
그만한 날개를 가지고서 이곳까지 온다는 게 썩 반갑지는 않았다.
내가 가는 옥상에는 무덤이 있다.
제 날개를 펼치지도 못한 채 죽은 갓 나온 새끼 비둘기같은 것이 있고
짓밟힌 흔적이 남은 담배꽁초가 있고
벌레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고,
그곳에 내가 있다.
꼭 네 무덤을 네 발로 온 것 같아서.
산다는 건 신비한 축복이라고, 옥상에서 마주친 고추잠자리,
저밑에, 1층에서도 보았는데ㅡ내가 본 두 잠자리가 다른 아이가 아니라 같은 아이라면
너도 참 생각보다 높게 나는구나.
나도 같이 날고 싶은데.
나도 너네랑 같이 그 하늘에 붕 떠있고 싶은데.
조금만,
조금만 이따 갈게.
여기에 조금만 더 머물다 날고 싶어.
그러고 싶어졌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