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너에게
꿈에서 효은이가 죽었다.
효은이는 2년 전 주점에서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마주친 적 없는 유일한 친구다. 2년간의 공백과 유일한 친구라는 건 모순적인 듯 들리지만, 사실이다.
꿈에서 내 유일한 친구가 죽었다.
몇 달 몇 년 동안을 보지 못한 친구의 장례를 치르고, 그 속에서 난 막연한 걱정을 했다. 측근의 죽음이 처음이었던지라, 이러다 정말 내가 망가지겠구나. 생각했다.
단 한 번도 방에서 나가지 않았다.
집 밖을 나서기에 두려웠다.
누군가 손가락질하며 무어라 할 것만 같았다.
차라리 병원에 다시 입원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누구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막연한 죄책감만 들었다.
네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는데.
한 번만 와달라 그리 사정을 했는데.
난 한 번도 가지 않아서, 그러지 못해서.
용기가 부족해서 미안해.
효은아, 효은아. 한 번만 만나주라.
내게 한 번만 나타나주라.
..
.
아무런 소용없는 후회의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이곳은 공허의 세계, 효은이는 없고 나조차 보이지 않는다. 흐릿하게 효은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꾹꾹 눌러 담은 이야기는 당장은 오글거리니까 천천히 할 거야. 사랑해! 뽀뽀 백만 번 할 거야. “
효은이가 내게 했던 말이다.
너무나 익숙해, “그래 사랑해 “하고서
그 아이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내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초라하게 보일 게 분명했다.
하루만 더 살아주지.
그까짓 사고 조심 좀 하지.
너를 보러 와달라 미친 듯 애원했더라면,
내가 널 보러 갔을까 ー 이렇게까지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효은아.
주머니가 가난해지면,
마음도 같이 가난해진다 하였다.
쪼그라든 마음을 갖고서 구애했고, 누군가 준 사랑을 상처로 보답했다. 내가 만족하지 못했던 사랑에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고, 드디어 발견한 이유 몇 가지 속에는 ー납득할 수 없는 무언가 가득 담겨 있었다.
분수에 맞지 않는 사랑에 적응하지 못했다.
익숙하지 않았던 사랑에 스며들고자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곧 내 곁을 떠날 것 같았던 사랑에, 금방이라도 변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웠던 사랑에 내 마음 온전히 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말했다.
나는 사랑스럽지 않고, 인생에 불운이 가득한 불행한 사람인데 ー 왜 당신은 불행하지 않으면서 불행하려 노력하는 거지?
내 말의 의도는 간단했다.
우리는 방향이 다른데, 왜 그것을 부정하고 사랑하려 하느냐고. 부정하고 싶을 정도의 뜨거운 사랑이라 한들, 부정함에 따른 대가가 있을 텐데.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땐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만 보이고 들릴 테지만,
그 사랑에 조금이라도 금이 간다면, 이다음에 언젠가 거두었어야 했던 대가를 치르게 되는데.
ー 그게 이별이고 그게 고통일 텐데.
어느 다른 쌍보다 잔인하게 느껴질 텐데.
미래에 느낄 고통을 현재 미리 경험할 수는 없지만, 미래에 느낄 불안함은 현재로 당겨와 일찍 느낄 수 있다.
장점으로는 고통이 예방된다는 것이고, 단점은 나는 예방된 고통에도 취약하다는 거겠지.
그렇지? 효은아. 사랑해 줘서 고마워
네 사랑은 부유해서 내가 겁났나 봐.
효은아 사랑해.
나 기다리지 말고 더 좋고 예쁜 곳에서 잘 지내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