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세상을 순례하는 사람
좀처럼 아픈 글밖에 쓰지 못하겠다. 떠오르는 영감이 있다 해도, 모두 내 지난 불행뿐이다.
“이게 뭐야, 죄다 엉망이잖아?” 생각하다가도,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된다. 여느 때처럼 어느 우울과 사이좋게 어깨동무하고서 세상을 순례하는 사람.
나는 우울하다 해놓고,
이렇게 제때 끼니를 챙겨 먹고 있구나.
머저리 같은 놈.
이 아니라, 우울한 사람도 제때 끼니를 챙겨 먹을 수 있는 거다. 우울은 나와 함께 사는 존재로서, 언젠가는 떠나갈 우울. 그런 존재, 어쩌면 그때가 되면 아쉬울지도.
••• 연거푸 곤궁한 자의 삶 그 일부가 되었다가 사라지는 일은 결국 그 사람을 지옥에 살게 하는 데에 성공했고, 무너진 정신은 걷잡을 수 없이 붕괴되어 사랑 자체를 두려운 존재라 생각하게 했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어떤 크나큰 존재라도 된 듯 들떠있었던 지난 세월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순식간에 나는 그 무엇도 아닌 것이 되어 곁에는 아무것도 없었지요. ー 차라리 끝까지 가난할 것을. 한없이 부족하기만 할 것을.
누군가의 삶 그 일부가 되었다가 사라지는 일은, 꼭 젠가와 같아요. ー 완전히 무너뜨리는 일. 그때 나는 내 정신력으로 할 수 있는 거라곤 하나도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 말고도 인간은 정신력 하나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때당시 무너졌었던 과거의 나를 이해해 달라는 것도, 떠안아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랬었다고요.
사실은, 그때 그일 이후로 진정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이 버릇되어 이제는 마음을 어떻게 여는지조차 모르게 되었습니다.
어느 점이 그렇게 좋았는지, 언제 어떤 순간이 가장 행복했는지는 설명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냥, 제가 가장 나약했던 순간에 유일하게 떠올랐던 미래가 당신이었다는 것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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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제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셨나 봅니다.
마음이 나약해진 순간에 사람을 사귀는 건 아니라고. 그러지 말라고. 어째서 그때 내 삶에 들어오셨나요.
아무리 원망해 보아도 제자리걸음에,
아무런 소용없다는 게.
당신은 그렇게 잘 지낸다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