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인 줄 착각하는 일-호연
시끄러운 술집에서 혼자 앉아 술을 따라 마시는 행위.
사람들 지나다니는 복도 구석에 앉아, 지나치는 사람을 구경하는 행위.
창틀에 앉아, 방범창 너머 지나다니는 작은 인간들을 구경하는 행위.
누군가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래사장에 홀로 앉아 병맥주를 들이키며 파도를 구경하는 일.
ー이 모든 것들이 꼭, 누군가 내게 와서 말을 걸어주길 바라는 것처럼 보인 댔다. 외로워 보인다고. 얼른 내 곁으로 가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놀아주라고 하였다.
난 그런 거 다 필요 없는데.
외로워서 그랬던 게 아니었는데.
나는 외로운 사람입니까? 그런 것 같나요?
그들이 내뱉는 말과 움직이는 동선, 그들의 매무새 이 모든 것들을 지켜보다 방심한 틈을 타 어젯밤의 기억이 떠올랐다.
준비도 채 되지 않은 고통을 맞이하는 일은 늘 새롭다.
인생이 고통과 절규의 연속극과도 같아, 미리 대비하고 있자니 내가 보기에도 내 모습 참 청승맞아 ー 항상 새롭다는 듯 받아들이기로 했다.
마치, 고통이 익숙하지 않은 소중한 사람처럼.
더 이상 이 세상에 내게 나무랄 사람은 없고, 내 마음 거스를 사람 없다는 것쯤 이미 알고 있기에 아무도 내게 화내지 않고, 꾸짖을 마음 또한 없다는 걸 알면서도 ー 꼭 방금 전까지 누군가 호통친 것처럼 위축돼 있는 내가 보여서, 홀로 쭈그려 앉아있는…
나는 아직도 엔니오 모리꼬네의 노래를 들으면 아빠 생각이 난다. 죽을 위기를 겪고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나를 힘겹게 영랑호에 데려갔던 내 언니를 기억하고, 그때 마셨던 단 커피의 맛을 기억한다.
자신의 죽음을 덤덤하게 계획했던 내가 ー혈육의 죽음에 과민반응하여 극도로 고통스러워했던 순간을 기억한다.
죽음이라 함은,
세상에 사는 실재로서 육체가 사라져 소멸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사지 멀쩡한 채로 세상에 남아있어도, 잠시 자아를 잃어 방황하고 있는 상태를 죽음이라 부른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죽고 또 산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누군가, 자신의 삶 속 불행한 이면에 대해 ー 그것을 행복이라 거짓말해도, 나는 그것을 행복이 맞다고 헤아려줄 것이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면
모든 말에는 용기가 필요하니까. 더군다나, 불행에 대한 고백이니까. 스스로 그것을 행복이라 부르는 일. ー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빛이 난다고 생각했다.
희망이 보이고, 의지가 보이는 일.
그렇게 살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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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다 진정 행복을 발견하게 된다면,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축복이고 기쁜 일이라 생각하면 된다. ー생각하지 않았더라면 해결됐을 법한 일이 있다.
나는 그 일을 보고 인생이 그렇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