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위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이자.-호연
너에게 산보다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물었다. 너는 곧장 대답하는 듯 보였지만, 표정에는 고민이 가득했다. 잔잔한 파도가 모여 생긴 바다는 꼭 엄마 품 같다고, 그 따듯한 품에 안기면 모든 걱정거리들이 달아날 것만 같다고.
그래서 그 품에 무작정 달려들곤 했다고.
바다는 늘 눈이 퉁퉁 부어있다 이야기하던 너에게 진정 바다의 마음을 아느냐 물었다. 그러자 너는 내게 주저 않고 대답했다. 늘 통곡하고 싶어도 참고 있는 바다가 파도가 일렁이는 소리와 함께 엉엉 울 때 깨달았다고. 그때 이해했고, 바다를 공감했다고.
숨기고 싶은 마음에 긴소매를 입고 여러 핑계를 갖다 붙였던 네가, 바다 앞에서만큼은 소매를 걷고서 두 팔 뻗어 물결을 한 아름 느낄 때, 그때 깨달았다.
네가 바다를 공감하고 있구나.
바다는 널 이해하고 있구나.
공들여 쌓은 모래성 같았던 네 사랑은 바다가 무너뜨려도 덤덤했고, 사랑이 슬픈 이유는 그리움이 쌓여서 슬퍼지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네가 덤덤할 수 있었던 거라고. 아무도 모르게 쌓아둔 그리움을 대신 붕괴해버려 줘서.
윤아, 윤아 제발 그곳으로 가지 마.
위험하니까 빨리 근처에서 빠져나와 내 옆으로 와.
파도가 세서 널 집어삼킬지도 몰라.
윤아 위험하잖아. 제발 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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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을 가리키며 윤이 네가 했던 말,
언니 저 끝에는 뭐가 있을까?
저 끝으로 가다 보면, 그러다 보면 ー 모든 것들이 끝나지 않을까? 태양이 뜨거우니 파도에 누워서 우리 저 끝으로 가자. 그곳에서 행복하게 지내자.
차라리 우릴 삼켜버리도록 내버려두자.
괜찮아, 정말 포근할 거야.
저곳엔 그늘이 있겠지?
저곳에선 대신 울어줄 이도 있을 거야.
내가 알아. 확신할 수 있어.
우리 눈물 모아 천천히 파도에 올라타자.
나 혼자라도 갈래.
걱정하지 마. 조금만 더 있다가 갈게.
아주 조금만, 조금만 더 있다가 갈래
파도 위에서 잠시 잠들면 도착해 있을 거야.
설렌다.
바다는 그런 곳이야.
아무 말 없이 날 삼켜버리고,
혼자가 아니라 알려주는.
ー 상냥하고 친절한 바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