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심장이
내가 그어 만든 켈로이드 흉터처럼
급작스럽게 아려올 때가 있다.
방심한 순간을 타 그 순간이 닥쳐오면,
나는 마땅한 대처를 하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무너진다.
누구나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그 기억을 더러 잠식되어라 재워보지만
어떤 일에도 쉬운 건 없었다.
마음이 좀 후련해지길 바라면서,
다른 이에게 털어놓고 싶으면서도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털어놓으라 했던 그들이
나보고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사느냐고
되려 뭐라 할 것만 같다는 생각에,
짓밟힌 상처를 더 세게 짓눌러서 납작하게 만든다.
목이 터져라 통곡하고 싶어도 울어지지 않고,
조용히 눈물 흘리다 잠들고 싶어도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
내 마음도 이제는 건조해졌나 보다.
그런 생각을 했다.
다들 어떻게든 잊으려고 하는 기억을
난 결코 잊기 않기 위해 발악을 한다.
처음 아빠의 유언을 읽고
몇 번을 더 읽고 외울 때까지 읽고서
노트 몇 페이지를 거쳐 옮겨 적는 일.
건강검진 도중 엄마가 의료사고를 당했을 때,
내게 조용히 노트와 펜을 갖다 달라 이야기했을 때와
하늘이 도와 엄마가 무사히 퇴원하게 됐을 때,
내가 갖다 준 노트와 펜이 보이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졌을 때,
ー 그 행방을 묻지 않았던 침묵의 순간을
매년 떠올리는 일.
아빠의 건강 상태가
시체에서 나올 법한 수치라며
어떻게 이 몸을 끌고 나와 일을 했냐며
의사가 아빠를 혼내고,
나는 묵묵히 아빠가 누운 침대 머리맡에
약 한 봉지와 물 한 잔을 매일 챙기곤 했던 순간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
몇 번을 떠올리고
몇 번을 되새기고
속으로 우는 일.
괜히 내가 유난 떠는 거라 할까 봐.
정말 쓸모없는 행위를 하는 거라 혼낼까 봐.
이런 반복 행위를 단 한 번도
솔직히 털어놓아본 적이 없다.
나도 결국 같은 사람이었나 보다.
의식하지 않고서, 굳이 털어놓지 않았을 뿐인데
순식간에 거짓말을 한 사람이 된다는 게.
나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게.
|
왜 그리도 아픈 기억을 안고 사느냐고?
자기 자신을 학대하듯 고통스러운 일을,
왜 이토록 정성스럽게 하고 사느냐고?
난 인간이 간사하다는 걸 아니까.
금방 안일해진다는 걸 알고,
당장 앞에 들이닥칠 일들이 더 힘들다고
착각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너무 당연하게도
내가 그렇게 될 게 뻔하고
그런 내가 혐오스러울 만큼 싫으니까.
내 마음에 생각할 여유가 생길 때면,
숨을 돌리고 아프고 쓰린 기억을 꺼내어
눈앞에 두고 바라본다.
그리고 몇 번을 반성한다.
아무리 반성을 해도
막상 사람들 앞에서 나는
그런 생각 따위,
해보지도 않는 인간처럼 보일지 모른다.
마음처럼 생각이 따라주고,
행동이 따라준다면
ー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이별과 슬픔,
절망과 절규,
좌절과 포기,
이 아픈 감정들을 혼자서 몇 번을 되뇌이고
떠올리고, 생각하는 일.
내 마른 감정이 유일하게 물 먹는 시간.
그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세상에 감사할 수 있는 일.
욕심을 버리고,
희망을 갖게 하는 일.
|
내가 살아가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