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냥 뇌를 빼놓고 살고 싶어요.”라고 대답하는 일
문득,
남들한테 보이는 발전이
나한테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듯 느껴져서
ー 나는 왜 이렇게 발전이 없지? 머저리 같아.
라고 생각했다.
내가 대체 언제부터 남들과 나를 비교했는지,
누군가의 기준에 맞추려 애쓰기 시작했는지,
그 기준은 세상에 사는 누가 만들었는지,
생각에 헤매다,
도무지 답을 찾을 수가 없어서
고개를 숙이고 막연한 한숨을 쉬곤 했는데,
그 끝엔 대체 뭐가 있으려나 생각했다.
뭐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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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그동안,
그토록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려 노력했지?
어째서 외롭지 않으려 발악질을 했을까?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길래.
너만은 너에게
채찍질해선 안 됐어.
그때 토닥여줬어야 했어.
외로워도 안 외롭다고,
외로워도 괜찮다고,
그깟 상처 아무렇지 않다고
그렇게 말했어야 했어.
이미 뱉은 말들은 다시 거둘 수 없고,
이미 생긴 상처는 가려도 가려지지 않아.
타인에게 잘 보이려 사는 게 아니잖아.
꼭 사람을 옆에 두어야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참도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썼다.
그러지 말지.
그때 가만히 있었으면 차라리 더 나았을 것을.
ー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눈물을 삼키는 것 같다.
이때 내쉬는 한숨이
과연 안도를 의미하는지, 설움을 의미하는지까지는
딱히 알고 싶지 않다.
알아봤자 좋을 것 같지도 않고.
현재를 과거에 빗대어
후회할 때 그것에 안심할 때도 있지만,
간혹 후회라는 망령이 나를 쫓아올 때
사람이 그렇게 한심해 보일 수 없다.
마냥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없는
미묘한 감정을
하루에 한 번씩 꼭 느끼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의지를 갖고 살아야지.
이렇게 힘 빠진 생각만 하면 어떡해? 싶다가도,
의지를 갖는 법조차 모르는 내가 너무 작아 보여서
아이보다 더 아이 같아서
차마 뭐라 할 수조차 없다.
내가 나에게 느끼는 이 감정이
과연 연민인지, 사랑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내 생각에는 연민에 가까운 듯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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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를 동정하다 보면 하루가 가고,
또 하루를 보낸다.
남들에게는 하루를 ‘무사히’ 났다며 포장하고,
속으로는 오늘 하루도 겨우 보냈다며
그제서야 긴장을 푼다.
차라리 공장에서 일했을 때가 그리울 때도 있다.
멀쩡히 눈이 보이고, 귀가 들리는 사람이면서
장님이 되고, 농인이 되었던 잠깐의 시간
어차피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을 테니
누구도 내 곁을 서성이지 않고,
아무런 말도 걸지 않았던 공장에서의 나날들이
가끔은 그립기도 하다.
요즘에는 사람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수천 개, 만만 개의 병들이 깨져가는 소리가,
그 파편이 흩어져있는 광경을 보는 일이
인간을 대하는 일보다 더 나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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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다 식은땀을 겨우 닦고
안정제를 먹고 외출하는 일이
솔직한 요즘의 일상이다.
사실 최근에부터는 외출마저 꺼려지곤 해서
우선 폐쇄병동에서 나가고 싶었던 것 같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왜 이곳에 있냐며
말을 거는 수많은 입들이
도무지 적응이 안 되고,
반갑지 않고 꺼려져서.
아, 정말 힘들다. 이런 이야기
나도 당신들이랑 똑같이 안 괜찮아.
그딴 것 좀 물어보지 마
사람 냄새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