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독초로 자라나 나를 또 아프게 하는구나
내가 꼭,
지옥 한가운데에 버려진 것 같다.
나더러 지옥에 떨어지라 부추긴 자 없고,
지옥에 가길 바란다며 소망한 자 없다.
그냥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땅이
지옥인 것 같다 느낀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도 나고,
청승맞게 그 땅에 주저앉아 한탄하고 있는 것도
결국 나다.
결국 내가 만들어낸 허상,
끝내 내가 떠올린 악몽.
너무 아파, 아주 깊은 곳에 묻어놓은 기억 위에
추억이라 불리우는 새싹이 피어났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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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이 잘 자라나고 있으려나
ー 내 발로 직접 그곳에 걸어가 들여다보았는데
역시, 너를 추억이라 부를 수는 없겠구나.
너는 결국 나라는 양분을 먹고 자라
독초가 되어 다시 돌아와 내 온몸을 망가트려.
결코 무너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속으로 몇 번을 외우고 외쳐봤는데.
아무리 악착같이 버텨보려 해도
나한테 너무 치명적인 독초야.
너를 뽑아버리고 싶은데,
내가 너를 뽑아버리면
네가 독초로 자라날 줄 모르고서
기대하고 설레했던 때가 너무 생생해서.
그건 그래도,
그래도…
그것만은 ‘추억’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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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기대를 하고서
바라보고, 아파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다시 지옥으로 돌아왔어.
그래도 겉만 번지르르한
고작 한낱 독초이길 바라면서
너를 어루만져보기도,
향을 맡아보기도 했는데
내 숨이 이렇게 막히는 걸 보니까
ー 아무래도 내가 어리석었던 거겠지?
나도 이젠 잘 모르겠어.
나를 먹고 무럭무럭 자란 네가 앞으로
지금보다 더 잘 자라더라도
그때도 지금이랑 똑같이,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을 테니까.
그냥 너를 삼켜버리고 확 죽어버릴까.
아니면, 너를 다신 만지지도, 향을 맡지도 말고
미련도 없이 뽑아 죽여버릴까.
너는 나를 먹고 자란 아이라,
줄기가 곧고, 피어난 꽃봉오리도, 열매마저도
정말 아름답고, 강력하거든.
어떤 약으로도 치료가 되지 않는
독한 기억이야.
지독한 추억이야.
네가 예쁜 꽃으로 자라나길 바랬어.
아주 잠시, 그런 꿈을 꾸었고.
곧은 줄기에 가시가 덕지덕지 있어도 좋을 것 같았어.
그래도 널 아름답게 볼 자신 있었으니까.
결국 독초로 자라난 너는
날 다시 지옥으로 데려왔구나.
이전에 맡았던 은은한 향이
정말 짙게 나더라.
네가 있는 자리에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