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지옥을 소개합니다.

그곳에서의 행복은 불행의 전야제입니다.

by 호연

세상이 잠든 시기에 눈을 뜨고 있는 나는

모두가 잠든 지금,

이 세상에 대해 기록을 남기려 합니다.


앞으로를 살아가야 할 당신들을 위해

이 글은 세상의 설계도이자, 설명서가 되겠지요.


1.

천국과 지옥을 믿는 자들에게 현혹되지 마십시오.

지옥은 지금 당신이 밟고 있는 이 땅, 이곳이니까요.


2.

생과 사에 대해 논하지 마십시오.

가장 부질없는 행동 중

손에 꼽히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지옥에 사는 인간은 살아가면서 한 번은 죽고,

몇 번은 부활합니다.

영생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부활은 실재합니다.


3.

행복을 불신하십시오.

행복은 불행의 전야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자

행복은 인간을 헷갈리게 하여 삶에 혼동을 줍니다.

절대 그 착각에 휘둘려 희망을 갖지 마십시오.

결국 자기 자신을 학대하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4.

행복은 가까이에 있지만, 아주 일시적입니다.

그렇기에 행복은 희망의 모순이요,

불행을 대비하는 편이 좋을 겁니다.


행복의 크기와 비례하게 불행이 닥쳐오기에

큰 행복일수록 더 아프고 쓰린 불행을

대비해야 합니다.


5.

그들에게 공감을 바라지 마십시오.

그들에게 공감은 잠깐의 이해이자,

귀가 얇은 팔자인 자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때에 발휘하는 것이요.


6.

이곳에서 따돌림과 소외,

자유와 방임은 성인식에 해당합니다.

트라우마로써 그 자리에 남는 것을 미리 대비하고,

놀란 내색 하지 마십시오.

강도는 더 거세지기 마련이니까요.

이 모든 것들을 명심해도,

지옥에서 살아남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처음 당신을 맞이하는 그들은

당신의 동심을 지켜줄 것이고,

그다음에는

이 세계에 스며드는 법에 대해 가르쳐줄 것입니다.


부디 지옥에서의 무탈히 생존하시길 기원합니다.


7.

지옥에서의 구원은 결국 죽음이요.

죄지은 자는 장수하여 평생 외로움을 느낄 것이고,

평생 그들에게 핍박받으며 고통 속에 살 것이요.


죗값을 못 치른 자 자살조차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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