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한 일들

결과적으로 자살은 타살이라는 거다.

by 호연

편지 [명사] : 안부, 소식, 용무 따위를 적어 보내는 글.


나는 '편지'를 생각해 봤을 때,

늘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은 말로든, 행동으로든

실제 사실이 아닌 것의 흉내를 내고

척이라는 걸 할 수 있다.


신기하게도 편지는,

진심이 아니면 조금의 빈틈도 채우지 못한다.


어느 누군가 내게 말했다.

왜, 기쁘고 행복한 일에 대해서는 글을 쓰지 않고,

마음이 슬프고 우울할 때에만 글을 쓰냐고 말이다.


나는 이에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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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때 썼던 글은,

그대로 다른 곳에 묻어두고

다신 꺼내보지 않는 것이 법이야.


타인과 나를 비교해 가면서 위로받을 바에,

과거를 딛고 일어나 담대히 살아가고 있는 내가

나의 과거랑 생활을 비교하고,

위안을 얻는 게 낫지 않겠어?"


열등감 없는 인간은 없다.

소나기 없는 봄은 없고,

벌레 없는 여름은 없다.

낙화하지 않는 가을은 없고,

나무가 야위지 않는 겨울은 없다.


성장통 없는 성장은 없고,

질투 없는 경쟁은 없다.

불안하지 않는 미래는 없고,

후회 없는 과거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모순 없는 현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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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세상을 창조론과 진화론으로 구분 짓는데,

나는 창조론에서도 진화론에서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냥 사람 사는 인생살이가

그저 그렇겠거니 생각했다.


근데, 창조론 쪽이 가깝다 느껴지는 이유는

인간의 탄생과 소멸을

인간이 아닌 세상이 관할한다는 거다.

그것을 운명이라 부르는 일.

자살 또한 세상이 한 생명을 죽인 하나의 사건.


어쩌다 이렇게 세상을 원망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뭐가 되었든, 참 신기한 일이지.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 말이야.



나는 세상을 원망한다면서,

세상에 열심히 살기 위해서

애써 팔 소매를 세 손가락으로 늘려 잡고,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겉으로 보았을 때는

마음이 아픈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그런데,

내 의도와는 달리, 내 외모에 실수를 하여

하나의 '표식'처럼 남게 되어

사람을 만나기가 두려워졌다.

나는 만남이 두렵다. 사람이 무섭고, 마음이 무겁다.


이 사람은 나약한 사람입니다.

당신을 귀찮게 할 것이 분명하니

당장 멀리 거리를 두도록 하세요.


나에 대한 평가가,

나에 대한 기대가,

전부 부담스럽고,

금방이라도 토할 만큼 심장이 뛰고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그랬나.

낮보다 밤을 더 좋아하게 된 것이

그래서 그랬나.

내가 흐릿하게 보이는 순간을 사랑하게 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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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끄고 방구석에 앉아있는 것을,

어두운 분위기의 술집에서

혼자 앉아 술잔을 드는 것을,

항상 자리에서도 구석.

조명이 들지 않는 자리에 앉아,

몰래 팔을 거두고서 땀을 식히는 일이.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인정하는 지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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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초라해.

세상에게 묻고 싶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바라지도 않으니까,

내 미래,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만

귀띔해 달라고.


정말 악착같이 버텨서 살아볼 테니까.

더 이상 날 무너뜨리지 말고,

언제 이 생각이 멈추고,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살짝. 아주 살짝만 귀띔해 달라고.


집에서 도움도 되지 않는

내 스스로가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해충,

한 마리의 식충같이 느껴져서

무리해서 일자리를 얻으려 했던 적이 한번 있다.


이번에는 그런 바보 같은 이유로

사회에 나가겠다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나 정말, 사람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싶고,

다시 말도 잘 건네고 싶어.


다시, 나로 돌아가고 싶어.

야박한 세상에게 간절히 부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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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느슨해져 줘. 이유는 몰라도

내가 정말 잘못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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