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너에게

인생은 한바탕 꿈

by 호연

만약에,

네가 또다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 오게 될까?


그런 날이 오게 된다면 말이야​


그때는 …

나한테 먼저 귀띔해 줄 수 있을까?


내가 너한테 살아야 할 이유를 말해줄 수 있을 기회를 줄래?


그때는 정말 잘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해주면 정말 좋겠는데.


언제였더라... 아참, 그때 기억나?

네가 고등학생일 때였나- 네가 초밥집에서 일할 때였어. 일 끝나고 밤늦게 들어온다고 막 뭐라 하려 했는데, 네가 초밥을 싸가지고 나한테 짜잔 하고 준 거 있지?

그때는 왜 그게 귀한 줄 몰랐을까?

이제서라도 반성 중이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 기특하고 소중한 일인데 말이야.

언제는 한번 너한테 아주 급한 일이 생겨서 네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는데 난생처음이었어 네가 그리 기운 없는 모습을 보인 게.


정말 내일이 없는 아이 같았어

당장 죽어도 상관없는 아이 같았다고.

이제 네가 술을 안 마셨으면 좋겠는데

그만 내게 돌아왔으면 좋겠는데

그런 네 모습을 보는 나는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는데

그런데,

나랑 저녁 늦은 시간에 술 한 잔 할 때 아주 활짝 웃는 모습에 방금까지 했던 걱정 전부 사라질 정도로 금방 행복해지곤 했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그 순간이 생각나고 가끔은 그리워.

네가 내 앞에서 그렇게 환한 미소를 짓는 게 흔하지 않으니까. 괴롭고 힘든 순간이었지만 그래도,


네 미소는 내게 선물과도 같았어​

다시 한번만 그렇게 활짝 웃어줄래?


엄만 정말 행복할 것 같아.


그때는 뭐가 그렇게 힘들었어?

얼마나 힘들었으면 엄말 두고 멀리까지 가려했어.


아무리 세상에 무서운 것 없이 사는 아이라 하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그렇지?

엄만 아직도 죽음이 두려워.

이 세상에 잊히는 게 무섭고, 그리 열심히도 살았는데 조금의 보상도 구경 못한 채 죽는 건 정말 … 너무 억울할 것 같지 않니?

잔인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모두가 그러고 살아.

모두 우리같이 살아.

그 과정을 겪고서 어른이 된단 말이야.​


네가 겪었던 건 성장통이고, 아픈 와중에도 너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단다.

다 아프고 나면 어른이 되어있을 거야.

엄마처럼 말이야.

그때가 되면, 그 순간이 다가온다면ㅡ너도 나처럼 누군가를 위로하기도, 살리기도 하겠지?

머리가 아프면 눈 감고 한숨 푹 자.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거든.

하루는 더 어른이 될 테니까.

그러니까 열심히 살아.

난 네가 어른이 됐을 때의 모습이 너무 궁금하거든.

정말 예쁠 것 같거든.

아마, 네가 엄마보다 더 예쁘지 않을까?​


하루만 더 살아주겠니?

그렇게 하루, 또 하루... 시간을 쌓아서

아주 단단한 어른이 되어주겠니?

하루만 더 좋은 꿈 꾸자.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을 건너자.


아프고 힘들 때면 집으로 돌아와, 그래도 돼


집은 그런 곳이잖니

나인 너에게,

엄만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단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사는 중이야.

우리 같이 어른이 되어보자.

사랑해. 엄만 걱정 안 해도 돼.

설마 세상이 너더러 죽으라 가혹한 거겠니ㅡ그게 아니란 것쯤 아니까, 악착같이 견디고 지금처럼 잘 사는 거야


그렇게 하면 돼.​


정말 많이 컸구나. 난 네가 서운해할 줄 알았어

늘 네가 행복하길 바랐고, 나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지. 그게 잘 전해지지 않은 것 같은 때에는 답답하기도, 괜히 서운하기도 했지만


​ 그래도 결국, 너는 내 마음을 헤아리더라고.

그래서 내 딸인 거겠지? 너는 날 똑 닮았어.


엄마가 많이 힘들어 보이는구나?


우리 지금부터 딱 5년만 버텨보자.

5년 뒤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그때 전부 접고 끝내버리자.

그때도 지금이랑 똑같이 늦지 않았을 거야.

이제 우리도 잘 살 수 있을 거야. 나는 매번 순간이 고비라 생각하고 훗날엔 괜찮아지리라 믿어


우리 가족 잘 살 수 있을 거야. 엄마가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잖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별 말 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말해봤자 소용없을 거란 생각에 가만히 있는 게 아니야. 충분히 소용 있고, 변화가 있을 걸 아니까 말을 삼가는 거지. ​입 밖으로 사실을 내뱉는 순간부터 원망만 커져가고 후회만 짙어져 갈 게 분명해.


후회를 해봤자야.

우리는 돌아갈 수 없어, 이미 멀리까지 와버렸잖아


엄마도 너처럼 그리운 순간이 이렇게나 많고, 아직도 돌아가고 싶어. ​이전에나 할 수 있을 법한 일이란 생각에 절망스러울 때도 있지. 괴롭잖아ㅡ그러니 덮어두고 있는 거야.


그래서 우리 가족이 이렇게 하나일 수 있는 거야


엄만 그렇게 생각해

무엇보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특별히 다를 거 없이 똑같은 생각을 했을 거야. 그러지 않았어?


잘 생각해 봐. 우리는 그때도 지금처럼 늦었단 생각이나 하면서 멈춰있었고, 변화를 두려워했어. 돌아갈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움직임 하나 없이 현재에 적응하려 했단 말이야.

이제 정말 우리 상황에 적응해야지.

우린 이미 알고 있잖아? 그래야만 하는가-싶더라도, 이제는 받아들여야지.

엄만 괜찮아. 우리 딸이 힘들어 보여서 그래.

그러니 우리 가족 전부 힘내자 다 잘 될 거라니까?


틀림없어. 이제 나아질 때가 됐거든.


우리 하루만 더 살자, 딱 하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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