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바탕 꿈
마음속에 눈에 보이지 않고, 아주 지독하게 악한 것이 자리 잡은 것만 같았다.
신년이 됐지만 여전히 이 세상은 삐뚤어진 것 같이 보이고, 새벽에 종소리를 듣지 못한 탓인지 나만 여전히 작년에 남아있는 걸까ㅡ마음이 편하지 않아.
나는 정말 편하게 살아왔던 듯했다.
목소리부터 시작해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미울까.
왜 이렇게 모두가 꼴 보기 싫을까.
내가 가장 평범하게 사는 줄만 알았다.
그런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평범하게 살기 위해 열심히 사는 거였구나.
언제는 한번 어떤 생각을 했냐면,
인간이 만지는 돈이라는 것도, 베푸는 호의라는 것도ㅡ꼭 이다음에 인간의 삶이 윤회하듯 하나의 업보처럼 내가 준 만큼 돌려받는 거라고.
나는 그걸 지금 엄마한테 알려주고 있는 거라고.
나의 조부모라는 자들은 과거, 그들이 세상에 뿌린 대로 현재 거두는 중이다.
내가 그 운명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나 하면서 연락 한 통 하지 않고 있다.
나는 이에 대해 합리화를 하면서도, 합리화에, 합리화를 하는 중이다ㅡ그들이 벌 받기를 원하는 중이자, 벌 받는 것이라 믿고 싶은 거겠지.
사랑을 주지 않았던 자는 받을 사랑도 없다는 것을.
나는 현실을 직면할 자신이 없었다.
계란 하나 까서 부쳐주는데 개수 세고 있을 엄마가 보이고, 일출 끝자락 보며 출근해서 하루에 짐 400개 언저리를 나르는 아빠도 보이고, 마스크 간지러워도 꿋꿋이 써가며 일하고 있을 엄마도 보이는데.
나는 이 모든 것들을 볼 자신이 없었다.
근데,
막상 마주하고 보니까 이것도 적응되겠지 싶어서. 나는 그런 미련한 희망이나 가지면서 내 미래를 그렸다.
근사하고 비싼 장식품 말고, 분위기 있는 술집... 뭐 그런 거 말고ㅡ일하다 주워온 비싼 술병 깨끗이 씻어서 얼마 안 하는 잡동사니랑 뒤섞어서 예쁘게 만들어서는, 값싼 술이랑 추억 묻은 노래 틀고, 분위기에 취한 엄마아빠를 보고는ㅡ그 순간은 그렇게 행복해 보이고, 아무 걱정 없어 보이더라고.
그게 인생이겠거니.
그렇게 시나브로 다 나아지겠거니,
그걸 갈망하는 가난이, 매일 기도하는-
그러니까,
우리는 복을 만들어.
어쩌면 모두가 그러고 살지 모르잖아.
12월 31일 연말에, 마지막 식사 한술 뜨려 하는 찰나에 잘못 배송한 물건 하나 생각나서, 그 야밤에 아빠랑 엄마가 같이 바깥을 나서서는
제발 찾을 수 있게 해 주세요.
ㅡ생각하면서 둘이 추운데 둘이니까 따듯했고,
그렇게 세상이 얄팍한 온기를 선물해 주려 물건을 제자리에 찾아주었는데ㅡ뿌듯하게 집에 돌아와서, 엄마는 밥 먹다가 졸고, 아빠는 마저 술을 마셨단다.
그래서 1월 1일 00시에 엄마 목소리는 잠겨있었던 거고, 아빠 목소리는 가벼웠던 거야.
전말이 모두 밝혀지고 나니, 문득 고마웠어.
그렇게 귀엽고 재밌는 이야기가 나름의 원동력이 된 거 있지?
참… 사람냄새나는 인간들을 보면서 나는 사람이 힘드니까, 가난해도 진짜 가난하니까, 아주 작은 거에도 재미있구나.
근데 정말 재밌었겠다. 그런 생각을 또 하고.
그래도 나 의지는 안 해. 물론, 사랑하지도 않아.
모두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은 연민이고 애처로움이야.
그걸 나 자신한테도 느끼고 있어ㅡ그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내가 불쌍하기도 하니까.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을 바라보면, 그들에게 있었던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게 돼.
다 잘될 거다~ 싶어 나는.
우리 가정사도 누군가에겐 사소할 거고, 내 아픔도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일지 모르지.
그걸 생각하고 위로를 얻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그래도 …
누군가 우릴 그렇게 생각하는 거 말고, 내가 그렇게 사소하다 생각하면ㅡ진짜 사소하다는 듯 생각하고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거 있지?
하루하루를 한바탕 꿈처럼 살다 보면, 그러다 보면 나도 행복할 수 있겠지.
나는 행복을 만드니까.
나는 오늘이 아닌 내일을 위해 살아.
그 목적을 잊지 않고 살다 보니, 내일이 기대되고 또 다음날이 기다려지곤 해. 다음날을 기다리는 만큼 더 빠르게 하루가 흘러가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
시간이 약이 되지 않아도 좋으니까, 그냥 그렇게 흘러갔으면 좋겠어. 그러다 덜컥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고ㅡ어느새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내 인생은 그랬으면 좋겠어.
한바탕 꿈같으면 좋겠어.
그러게, 사라진 시간들은 전부 어디로 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