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의 기도

넌 하루가 더 있다면 무얼 하고 싶니?

by 호연

2022.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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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집 안에 박혀있던 어느 사람은 새로운 꿈을 꾼다.


어떤 인생을 살겠다고,

어떤 곳에서 어떻게 지내겠다고.

그러고 싶다고 말이다.


우리는 무슨 꿈을 꿨지? 어떤 꿈을 갖고 있지ー

하루살이는 겨울에 태어나

겨울에 죽을 만큼 수명이 짧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살이는

이 세상에 계절은 겨울밖에 없다

생각할지 모른다는 그런 이야기.


내게 현실은 너무 지독했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삶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인간의 인생이 지독할 것이라는

편협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반대편에서 사는 지혜로운 인간이 내게 말했다.

“새해 복 많이 받아.”

당연하다는 듯 나도 같이 새해 인사를 드렸다.


그가 이어서 말하기를.

“이곳은 아직 12월 31일이야.

오전 10시고,

우리는 이제 새해맞이를 준비할 거야.”


나는 별생각 없었다.

아주 잠시 동안 신기했을 뿐.

세상이 넓긴 하구나.

아참, 세상에 저마다 시간은 다르게 흐르지

라는 생각 말고는.

그가 내게 말했다.

“넌 하루 더 있으면 뭘 하고 싶니?

내가 대신해 줄까?”


어색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잠시 꿈을 꿨다.

나는 어제 뭘 하고 싶었나ー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했다.


어제 나는 이룬 것 없이,

무기력하다는 이유로

여태껏 꿈 없는 잠을 잤기 때문에

어제의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소박하고 작은 희망을 전했다.


“저는 어제로 돌아간다면,

밖으로 나가서 커피 한잔하고 싶네요!”


그가 말했다. “내가 대신 멋지게 해 줄게.!”

내가 상상치도 못한 곳에,

내겐 아직 하루가 더 존재했다.

나는 그 하루 동안 커피를 마시고,

할 일을 정리했다.


새해에 하고 싶은 것을 종이에 서툰 글씨로 적었고,

가족들과 그 목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함께 종소리를 들었고,

함께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옹기종기 따뜻하게 모여서.


2023. 12. 29

현재로 돌아와 생각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소중한 하루를 대신 살아주었던 그는

지금 나를 위해 기도한다.


고난과 역경을 신의 뜻이라 하더라도,

당신은 힘들어도 마땅한 사람이 아니라

충분히 성숙할 자격인 사람이라고.


다른 시간에 살고 있는 나를 위해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일에

죄송을 느끼기보다,

감사를 느끼는 어른이 되었구나.


일찍이 무르익어 터져 버린 열매에서

미련한 단내가 풍길 무렵에

남은 씨앗을 어느 괜찮은 땅에 묻어

사랑과 염원 담아 보듬고 쓰다듬었댔다.


그렇게 아껴서 키우고, 매 순간 기도를 하고

모든 걸 다하고 마쳤을 무렵,

새로 난 새싹에 행복을 묻지는 않았댔다.


하지만 앞으로 맞이할 행복이 많을 것이며,

그토록 인간이 갈망하는 아름다움을

네 눈으로, 네 온몸에 담긴 오감으로

반드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제 맞이할 해에는 좀 조용할까 모르겠다.

조용할 줄 알았던 해에 참 시끄럽고 아팠다.


그 소란이 꼭 나 때문인 것 같아 절망했고,

아직도 아린 고통 또한 나 때문이었던 것 같아,


ー 가끔 식구는 아니지만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져 버린 같은 옷을 입고 생활하는

어딘가에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 그립곤 했다.


행복은 익숙하지 않았고

그 뒤에 불행은 꼭 필연적이라 두려웠다.


설레하며 머금은 무언가에 대한 기대는

그대로 삼키곤 해서, 어느새 그게 버릇이 되어서

올해가 끝나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식구들도 친구도 내 사랑도 만나고 싶었다.


그곳에서 따듯하고 싶었고, 외롭기 싫었다.

몸도 마음도 아프기 싫었고,

툭하면 어딘가 아파서

마음을 붕대로 칭칭 감아

흔들리지 않게 하고 싶었다.


이미 오래전에 붙였던 반창고 위에는

진물이 터져 평범하지 않고

아프다가 곧 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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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이 상실하는 과정을 내 오감으로 느껴서

세상은 아름답지 않고,

그 위에 사는 나 또한 아름답지 않습니다.


산다는 건 꼭 챗바퀴 같고,

삶이 끝났을 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무의미한 시간을 지내며

더 고통스러울 바에는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그곳에서 지옥이 이어지든,

그토록 이야기했던 천국으로 가게 되든

아무렇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삶에 조금은 미련이 생겨서

모든 계획을 마치고 났을 때의 여운을 느끼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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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것 같고 저럴 것 같았던 상상을 뒤로한 채

나도 모르는 새에 신년을 위해

대단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게


아직 지난 상처가 덜 아물었지만,

생길 상처가 아직 남아있구나.

내 남은 체력으로 열심히 견디어서


새해에 하고 싶은 것을 서툰 글씨로 적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종소리를 듣고 꿈을 꿔야겠다.


라는 상상을 했습니다.


외롭고 쓸쓸한 아이야.

이렇게 씩씩하게 잘 견뎌줘서

우리가 반드시 지켜낼 기도를 해줘서

너의 고백을 들을 수 있어서

충분히 기쁘구나.


인생이 한바탕 꿈이었으면 한다던 네가

무언가를 소망하고 꿈꾼다는 게

나로서는 얼마나 큰 행복인지,

또, 네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


네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나는 어느 날에

꼭 해주고 싶은 말이 하나 있었는데,

들어보지 않겠니?


하지만 그 이야기는 내일 해주도록 하마.


그렇게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고

또다시 연말이 되었을 때

따듯한 커피 한 잔 하면서 마음을 나누자꾸나.


나오는 눈물을 참지 말고,

펑펑 울다 저절로 그치도록 잠시 내버려두렴.


토닥.

토닥.

잘 자렴.

좋은 꿈 꾸렴.


일어났을 때, 또다시 내일에 대해 이야기하자.

기대되는 새벽이 되길 바랄게.


-사라져 가는 시간 속, 네 조력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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