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원: 2024年

늪과 같은 패턴에 갇힌 채 소원을 비는 일

by 호연

애처롭다.


올해에는 잘 자고, 잘 먹고,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눈이 아파서 머리가 지끈 거릴 때까지

잠을 못 자고 설쳐서 하루를 망치고

버틴 시간 아깝게 수면제를 삼켜 넘기고


다음 날에는 기억조차 못하는 일이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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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참 간사하고 거만하게도

믿고 싶은 사실에는 최면이라도 당한 듯 홀리고,

믿기 싫은 사실 앞에서는

구태여 차갑게 외면한다.


누구나, 늘 그랬다.


살면서 정신과 약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부모니까

자식이 먹는 수면제가 그리 중요한 줄 모르고서

ー최대한 먹이지 말아야지.

내 딸은 아프지 않아.

난 믿어, 이겨낼 수 있어.


라 생각하고, 그 바램에 착각하고 빨려서

익숙하지 않고 무섭다는 이유로 약을 주지 않았다.


그러한 이유로 하여금 처음 약을 먹게 되었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이미 다 저질러놓고,

지난 일이라 이야기하면 그만.


그 뒤에 남겨진 상처받은 자는

극복하지 못한

나약한 사람.


과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현실에 살고 있지 못하는

약해빠진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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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내게 더 살으랬다.

뭐가 좋다고 더 살아야 하느냐 물었다.


세상은 내게 꼭 뭐가 좋아야만 사느냐 하였다.

줄곧 그렇게 살아왔다 대답했다.


세상에게 물었다.

내가 누군가를 용서해야 할 일이 남았느냐고


내게 대답하기를,

나는 그 어느 날 누구도 용서한 적이 없다 하였다.


마지막으로 말했다.

어쩌면 앞으로도 어려울 거라 말이다.


남은 상처는

상처를 받은 자의 몫이다.


나는 극복할 자신이 없는데,

내게는 아직 힘이 부족한데,

남들이 갖는 빌어먹을 희망 때문에

극복한 척이라도 해야 한다는 게

계속 나를 이 세상에서 숨게 만든다.


단순히 쉬고 싶어서

죽고 싶었던 적은 없다.


그렇다면,

이 복잡한 삶에 더 이상 얽매이고 싶지 않았나.


편해야 할 집에 돌아왔을 때,

눈에 보이는 가난을 외면하고

일하다 얼굴이 사색이 된 부모를 외면하고

앞으로를 감당하지 않아도 되니까


잘자지 않아도

잘 먹지 않아도

잘살지 않아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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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믿기 싫은 사실 앞에서는

구태여 차갑게 외면한다.


이미 시간이 지난 지금

특정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이,

이유를 말할 것도 없이

엉망이 되어버린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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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황과 무기력함은 결코 사탄 때문이 아니요

그저 내가 나약하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이러다 죽을 거 같은데,

살고 싶다는 마음보다

내가 죽어야 할 이유가 더 짙습니다.


덜컥 마음에서 번져

몸에 병이 들어버려서

내가 당장 살 수 없고

세상을 떠나야 한다면


이는 내게 구원이요.

아쉬움 없이 거둘 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원죄라면

이에 대한 속죄가 부족해

아마 지옥에 갈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된다면,

다시는 마주치기 싫을 거 같습니다.


이생에 만난 모든 연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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