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기도
이럴 때면 아무런 생각 없이
아무도 모르는 객지에 홀로 떠나
이런저런 제약 없이,
마음껏 배회하고 싶다.
그대들이
한동안 나에 대한 무소식에 긴장하지 않고,
홀로 잘 지내고 있겠거니 생각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들에게
자유 아닌 방임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저 성장을 기대하며
힘든 삶을 살면서도 기다리고 있을 거라
굳게 믿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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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나는,
무언가로부터의 해방이 필요하다.
내 삶에 ‘해방’이 필요하다는 것쯤
이미 오래전, 알고 있었다.
독립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여백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사이의 빈틈을 이겨내지 못하고
내가 무너져버려서는, 저 밑바닥에서
당신들을 우러러봤던 그 시간들이
보다 충격적이었던 만큼
우리는 그 순간부터
빈틈과 여백은 위험한 것이라 인식하고,
자유와 방임을 구분하지 못하고,
바쁜 상황 속에 바른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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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렇게
열심히 방황하고 있는 듯하다.
어른이 되고 싶다.
성숙하고 멋지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해도 괜찮으니까,
올바르게 잘 커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내 마음의 병은
제 시기에 고치지 못하고 방치되어
상처가 마음 깊숙한 곳까지 우울이 침범하여
어른이 되지 못하였다고.
어딜 가나 그런 이야기나 들었다.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되어야 하는데,
누구나 이맘때쯤이면 어른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우리 사이에
공백을 견뎌내지 못하나 보다.
/
다른 걸 뛰어나게 잘하는 어른이 아니어도 되니까,
뛰어나게 갖춘 어른이 아니어도 되니까,
내가 믿음을 주지 못한 죗값으로
그대들의 걱정과 최악의 상황을 전제한
불확실한 예견을 안고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는 걸
모두 알고 있지만,
/
유한한 삶 속 흘러가는 시간이 소중하고
나는 이제 매초 매 순간을
값지게 살 자신 있으니까,
같이 조금만
앞으로 나아가보면 안 될까
ー그런 바램을 갖고
숨 막힌 채 다시 잠에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