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병동에서 든 생각

우울증과 조현병 그리고,

by 호연

누군가의 우울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는 건,

언제나 똑같다.


곧장 전염되는 우울증은

무서운 속도로 인간을 집어삼킨다.


눈에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도 우울이라는 건

인간에 비하면 크기가 어마어마할 테지.


누군가도 내 우울 앞에서

안절부절못했을 걸 생각하니,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고,


그와 동시에,

그저 질병일 뿐인데

죄송할 것까지 있을까 싶은 생각에

|

누군가를 공감하는 부분에서

선명한 이중성을 보인다.


분명 당신도 우울한 적이 있을 텐데.

마음 한 켠이 어두워져 하루가

등 뒤에 무거운 어떤 것을 짊어진 것처럼

힘들고 고된 적이 있을 텐데.


어떻게 나를 위로할 수 있었나.

어떻게 나를 위로했었나.


알약 수십 개 때문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괴로움만 남아 나를 쓸쓸하게 만든다.


단순히 부모라는 이유가 아니라,

엄마가 우울하다 할 때나,

아빠가 우울하다 할 때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들은 우울하다는 표현을

나와 다른 방식으로 해낼 수 있지만

그 능력을 이미 알고 있는 탓에

끝내 내색하지 않고


마음 깊숙이까지 눈치채지 않는 이상

알아차릴 수 없다.

/

그런데, 어제

아빠의 동공이 흔들리는 걸 보았을 때


그토록 쓸데없는 문장과,

조화롭지 않은 단어의 나열을

잘도 해냈던 내가


차마 입을 뗄 수 없음을 알았을 때

|

당신들의 지난 노력이 끝내 빛을 발하여

내게 죄송과 감사를 일깨워주어서

마음이 무거운 새벽이었다.


자신만의 세상에서 사는 듯한

조현병 환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그들을 곁에 두고 지내면서,


흔히 이질감을 느낀다던가,

하나의 증상을 마주할 때 두려움을 느낀다던가

그런 것들 말고


어째서인지

잠시나마 그들만의 세상을

문득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약 시간에 수많은 알약들을 집어삼키고

일말의 차분함을 잠시 유지하는 그들은

평소와 다른 표정을 지으며

또 다른 생각 속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만의 세상에 금이 가버린 걸까.

그 세상에서 잠시 나와서

숨을 돌리기보다,

공허한 마음에 숨이 막혀 보인다.


약이 효과를 발휘하는 시간은 아주 잠시.

다시 우리와 다른 세상에 발을 들이고

웃음을 되찾는 그들을 멀찍이 지켜보고 있으면,


나는 그저 함께 웃으며,

의미 없는 공감을 이어가고

아픔을 가만히 알아간다.


당신들도 흘리는 눈물이 있을 테고,

느끼는 고통이 있을 테지.


잠시, 그 세상에 지내면서

당신들이 웃었으면 좋겠다.


그냥 이 세상에

웃음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어느 세상이든,

벅찬 웃음만 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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