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하는 복덩이가
아버지는 내게,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땐
눈을 마주 보고 이야기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했다.
눈빛에서부터 이미 자신감이 없는 게 티가 나고,
“아직 너는 어른이 되려면 멀었구나.”라고
그렇게 이야기했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인간은 참 단순하다. 단순한 뇌를 갖고 있다.
너무 단순해서 충격과 자극이 아닌 잔잔한 기억은
’필요 없는 것‘이라는 판단 하에
망각회로를 통해 금방 잊혀진다.
내게 아빠의 우울함은 단순하지 않았는데.
분명, 아빠의 유언은 충격적이었는데,
어째서 따듯한 말 한마디 전하지 못하고
아빠에게 바라는 것만 그렇게 많았을까.
당신이 미워죽겠다던 원망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다던 이 땅에서
차마 내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서
방황하는 두 눈동자를 보며 나는
당신이 다시 낚싯대를 잡았으면,
당신이 잠시나마 숨을 돌렸으면,
취기에 오른뺨에 입맞춤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 당신이 내 얼굴을 보고 웃을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환자복을 벗고
당신에게 가서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빠는 내게,
보지 못한 사이에 내가 많이 컸다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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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내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었을 뿐,
동시에 우리는 함께 성장하고 있었고
필연적인 성장통에 늘 아파하고 있었음을 안다.
당신은 사람의 눈을 마주 보고 이야기할 용기를
이미 깨닫고 마주친 눈동자만 수천 개, 만만 개일 테고,
질릴 만큼 본 인간의 눈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잠시 쉬어가고 싶다고 당신의 몸이
당신에게 늦게나마 신호를 보내고 있음을 안다.
인간은 몸과 마음이 동시에 아파서는 안된다.
어느 강한 누군가여도 그 고통을 견뎌내지 못한다.
몸이 아플 때 마음 한켠은 건강해야 하고,
마음이 아플 때에는 몸이라도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버지라는 이유로,
견딜 수 없는 힘듦을 견뎌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어른이 처음인 당신에게
아버지가 처음인 당신에게
누군가 귀띔이라도 해주었더라면 더 나았을까?
자신의 삶이 바쁘고 고되어
미처 우리를 돌아보지 못했다던 당신에게,
잠시 몸이라도,
아주 잠시 마음이라도
쉬었으면 하는 게 우리의 마음인데
언제 그랬냐는 듯 초연한 모습을 보이며
웃음 지을 당신에게,
토닥토닥.
괜찮다고. 이제 다 괜찮다고
괜찮아질 일만 남았다고 말해주고 싶어.
아빠에게.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은
쓰라리다고, 지금 너무 아프다고
이야기해도 된다 일찍 말해줄걸.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내가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