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임신성 소양증

너무너무 가려워 죽겠어

by 명길팍

임신을 확인하기 전날, 남편과 잠들기 전 누워서 도란도란 대화를 했었다. 우리 아이가 없는 동안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녀보자. 우리 코로나 때문에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같이 가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이 적기야. 늘 내가 가보고 싶었던 조지아도 가보고 오스트리아 빈에 가서 뮤지컬 엘리자벳을 보자. 그리고 다다음 주 정도에 시부모님도 모시고 교외로도 여행을 가자. 등등의 계획을 세웠고 남편과 처음으로 할 해외여행이 무척 기대되었다. 남편도 나와 함께라면 좋다면서도 마지막으로 잠들기 전에 한 마디 물었다.

"근데 임신하면?"

장난스러운 남편의 말에 나는 키득거리며 대답했다.

"(해외여행의 꿈들은) 다 박살 나는 거지 뭐."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이번에도 언젠가의 한번처럼 가슴이 (내 인생의 월경 전 증후군에선) 역대급으로 커지고 단단해져서 통증이 심했다. 이번에는 배란테스트기를 썼고 곧 시부모님도 함께 갈 교외 여행에서 나는 번지점프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임신 여부가 특히 궁금해 다시 임신 테스트기를 써보았다.


이번에도 또 임신이 아니겠거니 생각했었다. 일평생 한 번도 임신해 본 적도 없고 최근 계속 임신 테스트기에 임신이 뜬 적이 없었기 때문에. 별 기대 없이 본 양성으로 테스트기는 임신 약 2-3주 차라고 결과가 나왔다.




나는 계속 정말? 진짜? 근데 나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데? 아 하나 달라진 게 있다. 임신 시도를 하는 기간 동안 피부 발진이 종종 올라온 것. 그리고 임신하니까 아예 피부 발진이 눌러앉은 것. 아마도 호르몬이 바뀌어서 그런 것일 거라고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임산부한테 흔하다고.


처음엔 모기에 물린 줄 알고 물파스를 발랐으나 (이 조치가 더 악화시켰을지도) 그곳을 시작으로 온몸에 번지기 시작했다. 다리를 타고 올라와 엉덩이, 등, 목을 타고 두피까지 올라간 피부 습진인지 발진인지 접촉성 피부염인지. 정말 가려워서 미칠 노릇이었다. 낮에는 신발이 닿는 아킬레스건이 제일 간지러워서 회사에서 정말 고역이었다. 신발도 양말도 벗고 있을 수밖에. 밤에는 자려고 누우면 닿는 몸의 뒤 전부가 다 가려웠다. 잠자기도 힘들었고 새벽에 겨우겨우 잠에 들면, 긁으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긁어서 일어나면 침대에 핏자국도 종종 보였다. 속옷이 닿는 선을 따라 소양증이 올라왔고, 조금 가라앉는다 싶으면 흉터처럼 피부가 새카맣게 변해있었다. 임신 말기쯤 되자 손등에까지 살짝 소양증이 올라와 기가 막혔다.


임신 내내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이 임신성 소양증이었다. 제일 쉬운 치료법은 스테로이드를 써서 습진인지 발진인지 접촉성 피부염인지가 계속 번지는 것을 막고 내 몸에게 상황을 수습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임산부는 강한 스테로이드 치료제를 사용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약한 스테로이드를 도저히 못 견디겠을 때 쓰면서 얼음찜질을 하면서 임신 시작부터 끝까지 버텼다.




모든 임산부가 겪는 것은 아니지만 겪는 임산부들은 있는 질환. 엄마와 할머니와 가까운 선배나 친구들은 임신성 소양증은 겪지 않았다고 한다. 출산 후 완전히 사라진 것을 보면 피부 습진인지 발진인지 접촉성 피부염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임신 때문이었다는 것은 맞는 것 같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