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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은 Jul 19. 2021

0. 들어가는 말

부모님의 이혼과 재혼, 그리고 나

  

어느 날 저녁, 아동 후원 광고가 티비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광고에서는 아이가 어렵게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 이를테면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 찬물로 씻는다던가, 끼니를 해결하기 어렵다던가,

부모님이 이혼을 했다 또는 돌아가셨다와 같은 것들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제가 지내고 있는 ‘이혼 가정의 상황’도 그 아이의 불행한 환경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이왕이면 이혼하지 않고 잘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일임은 분명합니다.

이혼하기 위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부부는 없을 테니, 이해 못 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때 제가 문득 깨달았던 것은, 미디어도, 책도, 이혼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안타깝고,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어떻게 자녀를 대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의 이혼은 무조건 아이에게 상처가 되고,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에게 항상 사랑을 열렬히 표현하며 그 부족함을 충족시켜줘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몇 안 되는 이혼 가정의 자녀 이야기는 자신들이 얼마나 그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고, 상처를 받았는지 피력합니다.


물론 저도 부모님의 이혼이 달가웠던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달가울 수 있을까요.

많이 슬퍼했고, 많이 힘들었으며, 많이 불안해하기도 했습니다.

스스럼없이 털어놓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아직까지도 원래 제가 있었던 가정에 대한 갈망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환경으로부터 받은 아픔을 수동적인 태도로 대하며, 계속 탓하고, 아쉬워한다면 무엇이 바뀔까요?

그 탓과 한탄을 통해, 치유됨을 느낄 수 있을까요?


이혼 가정에서 자라온 자녀 중 한 명으로서, 세상에 모든 저와 같은 이혼 가정의 자녀들이 능동적인 태도로 가정으로부터 받은 아픔을 극복해 나갔으면 합니다.


부모님의 사랑도 중요하지만, 우리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상황을 대하고, 받아들이고, 적응해 나가는지가 스스로의 행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부모님의 이혼은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이지만, 나의 생각은 내가 바꿔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이 많이 힘들지만...


그래서 저의 이야기를, 저의 마음가짐과 네 명의 부모님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그리고 그 마음의 변화를, 넉넉히 말해보고자 합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스스로를 위해, 꼭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어릴 적 이야기부터 에피소드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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