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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은 Jul 23. 2021

1. 네 명의 부모님

부모님의 이혼과 재혼, 그리고 나


나의 친부모님은 내가 8살, 초등학교 입학 후 첫 겨울방학을 맞이한 무렵에 이혼했다.

이혼이라는 말을 들을 일은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눈치껏 알아챘었던 것 같다.

이유야 만들자면 다양했다. 빚, 성격차이 등등.

나는 멀뚱히 있다가, 엄마가 싸 놓은 이삿짐과 함께 외할머니 댁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 무렵의 아빠의 얼굴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한동안은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3학년 즘부터 아빠는 외할머니 댁으로 종종 나를 데리러 오곤 했다.

집 마당까지 차마 오지는 못해서, 꺾어지는 길목에 차를 대고 기다리면, 나는 엄마가 싸준 빨간 짐가방을 메고 아빠 차에 올라탔다.

족히 1시간을 달리면 아빠가 혼자 살고 있던 작은 아파트에 도착했다.

이부자리 한 채와 주먹만 한 텔레비전, 그리고 음식이라곤 김치찌개밖에 담아보지 못한 하얀 냄비와 압력밥솥 뿐인 곳이었다.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공기가 냉랭했다.


아빠는 평소에 밥과 김치, 우유, 고구마 따위를 먹고 지낸다고 했다.

요리에 재주도 없고, 먹는 행위에 관심도 없기에 가능한 식습관이었다.

하지만 내가 오는 날이면 큰 맘먹고 김밥도 두어 줄 사 오고, 김치찌개도 끓여주곤 했다.

내가 그곳에서 이틀을 지내면 고구마와 우유로 한 끼, 김치찌개로 한 끼, 남은 찌개와 사온 김밥으로 한 끼를 먹었다.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는 나를 보고, 아빠는 항상 ‘시장이 반찬이지’라며 허허 웃었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 나면, 아빠는 다시 나를 태웠던 꺾어지는 길목에 차를 세웠고, 나는 차에서 내려 마당에서 나를 반기는 강아지들에게 웃어 보이며 집으로 돌아왔다.


이러한 생활이 2년쯤 반복되던 중, 나는 엄마의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엄마의 남자친구를 직접 만나게 된 것은 내 기억으론 그때가 처음이었다.

아마 엄마도 굉장히 신중한 고민 끝에 실행한 일이었겠지.


남자친구 아저씨는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는데, 나는 엄마가 또 담배피는 남자를 만났다고 싫어했다.

어찌 됐든 아저씨는 나와 엄마를 데리고 종종 바닷가에 놀러도 가고, 가족들이 시내로 나가 살게 되어 엄마와 나만 남았을 때는 종종 집에 오기도 했다.

그리고 언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재혼을 하게 되었고,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엄마보다 1년 정도 늦었지만 아빠도 여자친구가 생겼다.

아저씨만큼 자주는 아니었지만, 아빠의 여자친구 아줌마도 아빠 집에 갈 때 종종 만날 수 있었다.

아줌마는 굉장히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셔서, 가까워지진 않았어도 금방 익숙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아빠가 잘 해주지 못했던 요리도 해주시고, 썩 밝지 않았던 집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 주셨다. 시간이 지나 아빠도 마찬가지로 재혼을 하게 되었고,


나는 졸지에 엄마가 둘, 아빠가 둘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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