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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자전거

by 황재윤

제가 아주 어릴 때의 이야기입니다.

혹시 부산에 영도라는 곳을 아시나요?

그곳엔 영도대교라는 다리가 있습니다.


그날 저는 자전거를 타고 영도에서 남포동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영도대교를 지나기 직전에 사고가 났습니다.

인도로 가던 중, 오른쪽 골목에서 갑자기 자동차가 튀어나온 겁니다.


저는 자전거와 함께 차에 부딪히며 넘어졌고, 왕복 6차선 도로로 튕겨져 나갔습니다.

순간 온몸이 땅에 부딪혀 따끔거렸지만, 정신은 멍했습니다.

누워 있다가 고개를 들어 상황을 살폈습니다.

보니, 저를 친 건 택시였습니다.


택시 기사님이 놀란 얼굴로 다가오셨습니다.

“괜찮아요?”

그제야 저는 일어나 몸 상태를 확인했지만,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었습니다.

그 순간 스쳐 지나간 생각은 이랬습니다.

‘나, 생각보다 진짜 강한 놈인가?’ 정말 철없었죠? 하하.


너무 어려서 교통사고가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진지한 생각은 들었습니다.

‘저분도 누군가의 아버지일 텐데,

이 일로 택시를 그만두게 된다면 많이 힘드실 거야.

혹시 큰돈이라도 나가면 정말 어려워지시겠지...’

그래서 괜찮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택시 기사님은 연신 괜찮냐고 물으셨고,

정말 가도 되냐고 하셨습니다.

저는 계속 괜찮다고 대답했죠.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이 이야기를 전했더니,

어머니는 제 몸부터 걱정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다음부터는 보험 많이 들었으니까 그런 건 접수해야 한다.”

(??? ㅋㅋㅋ 지금이라면 저도 그럴 거 같아요...)


세상이 각박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돈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고,

돈이 많아도 쓰다 보면 한순간에 없어지기도 하죠.


환경이 우리를 바꾼 것도 맞을 겁니다.

하지만, 어쩌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였던 그때처럼,

오늘도 그런 따뜻함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늘 하루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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