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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저녁밥

by 황재윤

드디어 자취한다!

완전 설렌다.


자취하면 매일
일 마치고 집에 와서
밥도 해 먹고,
책도 보고,
멋지게 살아야지.


너무나 평범한,
누구나 품는 그런 꿈.


하지만 세상은
내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지.
그건 오로지
도파민이 만들어낸 환상이니까.


학교를 다녀오고,
과제를 끝내고,
일을 마치고,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면,


집이 나에게 말한다.
“얼른 와, 고생했어.
이제 누워서 좀 쉬어.”


그 목소리는 너무나 달콤하다.
배가 고파도
몸이 움직이지 않아.


결국, 배달 음식이
자연스레 식탁에 오르고.

처음 꿈꿨던
“꿈의 자취”는
자취를 감춘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쌓여 있는 건
음식 용기와
무겁게 변한 내 몸.


그제야,
현타라는 친구가 찾아온다.
가끔은 우울증이라는
단짝도 데리고.


하지만 하나만 기억해줘.
배달이음식이비싸서

단돈 1만원도 없어서
삼각김밥 하나로
버텨야 하는 사람도 있다.


삶은 때론 잔인하지만,
시선을 살짝만 달리하면
그 틈새에서
숨어 있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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