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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자입니다.

중독

by 황재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난다.

아니, 매시간, 매분.

없으면 불안하다.


손이 떨리고, 머릿속은 온통 그것으로 가득 찬다.

밥을 먹을 때도,

책을 읽을 때도,

운동을 하면서도,

친구를 만나도,

심지어 부모님과 대화할 때조차

머릿속 한구석은 늘 그것을 붙잡고 있다.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쉼 없이 속삭인다.

“지금 당장 찾아. 네가 이걸 놓고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쯤 되니 나는 깨닫는다


아, 이건 중독이구나.

그런데 참 묘한 건,

이 중독이 단순히 나를 무너뜨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너를 통해 나는 새로운 세상을 보고,

세상의 흐름을 읽는다.
뉴스를 보지 않던 내가 뉴스를 보고,
친구의 숨겨진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돈의 흐름을 배우며,
내게 없던 자극과 흥미를 느끼게 된다.

네가 없었다면 나는 이 많은 것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참 고맙다.


하지만 그 고마움 뒤에는 늘 불안감이 따라붙는다.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점점 더 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너를 내려놓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데도,
내가 너를 붙잡고 있을수록 어딘가로 끌려가는 느낌이 든다.


이건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 끝이 날까?

너를 마냥 끊어낼 자신은 없다.
하지만 내가 너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너는 언제든지 마약에서 약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나를 마비시키는 마약으로 남길 것인지,
나를 치유하고 성장시키는 약으로 만들 것인지는

결국 내 의지에 달렸다.


그래서 너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오늘도 너와 함께하며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선택이 마약일까, 약일까?”


"중독이란 위험은 언제나 가까이 있지만,

사용법을 배우면 그 위험도 삶의 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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