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거울

사라지는 것들의 대하여

by 영주






E가 나와 같은 손거울을 가지고 있다. 마음에 드는 손거울이 없어 몇 년 없이 지내다가 지난해 여름 부산에서 산 손거울이었는데, E는 대여섯 해 전에 선물 받아서 가지고 있었단다. 우스운 것은, 내가 전에 한 카페에서 이 손거울을 꺼내서 E의 얼굴을 비추고 그 비친 얼굴을 사진으로 남긴 적이 있는데, 그때 E는 그 거울이 제 것인 줄 알았다는 것. 네 것이 내 것이 되기도 하는 순간.


아껴 쓰는 것도, 함부로 갖지 않는 것도 비슷한 사람이 같은 거울을 갖게 되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거울 뒷면의 문구가 'LOVE IS GIVING'인 것마저 우리와 닮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떨린다. 무엇이 기적이냐 묻는다면, 나는 내가 오늘 E의 거울을 본 그런 순간이 기적이라 말할 것 같다. 기적의 씨앗은 그렇게, 가방 안 작은 주머니에 담겨 달랑달랑 늘 너와 나를 따라다녔다. 그 사실에 황홀하지 않다면, 어떤 것에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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